이응로 (삼포초등학교 교감)
이응로 (삼포초등학교 교감)

250여년 전 프로이센은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공급과 독일통일을 담당할 군사력 배양을 목적으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공교육의무 제도를 실시했다. 표준화된 교육시스템과 교육내용 및 방법으로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했고, 이를 바탕으로 독일의 통일도 이루었다.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지난 250여년 동안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보편적 교육 형태처럼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인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류의 삶 전체를 바꿔놓고 있는 이 산업혁명을 우리는 4차산업혁명 또는 인공지능시대라고 부른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미래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4차산업혁명 혹은 인공지능(AI)시대로 불리는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상상을 불허한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었으며, AI스피커도 없었고, 카카오택시도 부를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코페르니쿠스적 변혁기에 교육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지금까지의 학습능력이란 교과서의 지식을 오랫동안 기억했다가 재생해서 높은 수능점수를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공교육이 기능해왔다.

이런 사회적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기득권을 누려온 조직 중 판·검사, 정치인, 공무원, 교사들이 있다. 기존 체제에 순응하다보니 변화와 혁신이란 말이 불편하고, 그래서 혁신이 가장 더딘 조직이 되고 말았다.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정치인, 교육 관료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책으로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이들에게 혁신이란 계층사다리를 잃는 것을 의미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많은 학부모들도 자기 자식이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무원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기대한다.

보다 많은 지식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컴퓨터를 능가할 수가 없다. 학습량을 놓고 볼 때 2016년 인공지능의 하루는 인간의 35.7년이라고 한다. 더욱이 이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2018년 알파고의 하루 학습량은 아마 인간의 60년의 학습량을 넘을 수도 있다. 바둑 게임에 임한 알파고는 이세돌을 네 판 이기고, 한 판 졌지만 그 이후 커제는 알파고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할 만큼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을 앞으로도 인간이 계속할 필요는 없다. 인간은 컴퓨터가 저장하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보다 새롭고 가치 있는 지식을 생산해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진의 예측에 따르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갈 무렵에는 현재의 직업 중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인간이 35.7년이나 걸려 공부할 것을 인공지능이 하루에 한다면 인간은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며, 절반의 직업이 향후 20년 내에 사라진다면 그 이상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교육이 이와 같은 사회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역량을 길러준다면, 교육은 희망이 아닐까? 교육은 네트워크 사회, 공유사회, 창의융합형 인재가 중시되는 미래사회를 대비하고 주도해나가야 한다.

이는 교육의 목표 및 시스템, 방법의 획기적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의 교육이 바로, 지금 혁신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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