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문화연대, 지난달 24일 ‘예술과 함께하는 중도걷기’ 진행
“시민들이 나서 중도 지켜야”…매월 넷째 토요일 중도 지키기 활동 진행

첫눈이 대지를 덮었던 지난달 24일. 잠깐 날리고 사라지던 평소의 첫눈과 달리, 아침부터 내린 함박눈은 금세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소담스런 첫눈이 내리던 주말. 단잠을 물리치고 춘천대교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였다. 

첫눈이 내린 지난달 24일. 중도문화연대가 진행한 ‘예술과 함께 하는 중도 걷기’ 행사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중도의 현재 상황을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학규 시민기자
첫눈이 내린 지난달 24일. 중도문화연대가 진행한 ‘예술과 함께 하는 중도 걷기’ 행사에서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중도의 현재 상황을 몸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학규 시민기자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2013년 10월 시작된 발굴과정에서 밝혀진 국내 최대의 선사유적과 동아시아 최초의 방형환호, 남한에서는 처음으로 발굴된 고구려계 금 귀걸이. 또 그동안 단 두 점밖에 발굴되지 않았던 청동도끼. 국내 발굴역사에서 최초로 확인된 집단 지석묘. 2천여 기의 청동기 주거유적 등이 방치되고 있는 중도를 향한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춘천시민 50인이 대표로 참여해 결성된 중도문화연대가 출범 한 달을 맞아 춘천시내와 중도를 잇는 춘천대교 앞에서 ‘예술과 함께 하는 중도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이태건·노재철과 그냥예술위원회 전형근 작가, 서양화가 임근우, 사진작가 최기순 등과 시민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춘천대교와 상중도교, 중도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섬 중도의 기억을 되살리고 개발의 당위성에 밀려난 우리나라 최고의 선사유적지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맨발 투혼으로 퍼포먼스를 펼친 유진규 마임이스트는 “현재 중도의 어둡고 깜깜한 상황을 표현하고자 안대를 착용했다.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중도의 미래 또한 앞이 깜깜한 상황이다. 시민들이 나서 중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도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검은 봉투에 쌓인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유물은 그대로 보존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전시를 위해 장소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천혜의 자원을 있는 그대로 두지 않고 전시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속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도문화연대는 “행정이 온갖 기만과 허위사실로 도민을 호도한다고 해도 중도문화연대는 크게 소리 내지 않을 것”이라며 “억압되고 강요된 침묵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목소리와 몸짓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대한 행정의 거짓된 주장에 진실검증이 아니라 거대권력의 일방적 주장만 전달해온 일부 언론에 막혀 우리의 목소리가 밖으로 울려 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춘천의 오늘을 있게 한 선조들에게 죄스러움을 고백하고 수천년 동안 지켜온 역사와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달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문화연대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중도를 지키기 위한 문화·예술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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