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며칠 전 어느 방송국의 드라마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보았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여 내신관리는 물론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뿐만 아니라 심리, 건강, 수면 스타일 심지어 교우관계까지 관리하는 입시코디네이터. 그런 욕망의 통로를 향해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겠다고 부나방처럼 뛰어드는 사람들. 그 덕분에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킨 아들의 일기장에서 “더 이상 지옥에서 살기 싫어. 당신 아들로 사는 건 지옥이었다”라는 극심한 분노를 발견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어머니.

우리 사회 극소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섬뜩한 장면들이다. 성공은 학교밖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해서 불수능이라고 부른다. 

국어 31번 문제의 문제로 표현되는 수능 시험의 고난이도는 수험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더 가중시켰고 예비 수험생들까지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수능 시험 며칠뒤 국어 심화과정을 개설해 고난이도로 가르쳐 준다는 사교육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이 수능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구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 시험의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교과서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로는 그것에 대비할 수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어느새 학교보다는 사교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가 돼 버렸다. 예체능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각하다. 철원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학 입시에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서울의 미술 입시 전문기관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대학 진학을 위해 학교를 뒤로 하고 교육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인해 학교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를 더 암담하게 만드는 것은 심리적 공간보다 지리적 공간에서 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1982년 교육부의 학교통폐합정책 이후 35년 동안 전국에서 3천752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강원도에서만 454개 학교가 사라졌다. 춘천의 경우 발산중학교를 포함하여 17개 학교가 폐교되었다.

올해 강원도에서는 15개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그 중 몇몇 학교는 폐교가 되거나 인근 학교로 통폐합될 예정이다. 춘천시의 경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학령인구가 2만1천526명에서 1만5천23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1일 강원도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강원도에서는 매년 평균 5개의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멀지 않은 어느 날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일본 구마모토현 다라기마을에 있는 스키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단 한 명이다. 연간 660만엔의 예산 지출을 감내하면서까지 폐교된 학교의 문을 다시 열게 된 것은 ‘학교가 마을 유지의 생명선’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학생수의 감소는 학교의 존립을 위협하고 그것은 주민으로 하여금 마을을 떠나게 만들어 결국 마을 소멸로 이어진다. 유지비용을 들먹이며 경제논리로 학교의 존폐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살기위해 학교를 살리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지방의 생존 문제가 심각한 지금, 더 이상 학교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