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모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회원)
양창모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 회원)

“가족들 보는 것보다 더 자주 보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모임을 끝내고 나설 때 함께 모임에 참가했던 지인이 했던 말이다. 내가 겪고 있는 춘천의 시민사회라는 곳은 사실 상당히 좁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을 도모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모임에 나오고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을 보면 어림잡아 겨우 백여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며칠 전에 집회에서 만난 사람을 오늘 모임에서 만나는 일도 자주 있고 어떤 경우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적은수의 사람들이 너무 많은 문제를 다루다보면 결국 이슈쇼핑을 하게 된다. 한 가지 문제에 천착해서 그 일을 끝까지 해결하기보다는 여기에서 이 문제를, 저기에서는 저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시청과 같은 공적 조직이 제대로 일을 해주기만 한다면 이 시스템이 무척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공공기관은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결국 어느 한 가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에 자기만족하며 끝나는 일도 많다.

이 문제만큼은 끝을 보고 싶었다. 아니 끝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몇 달 전 춘천 방사능 문제가 전국방송을 타고 춘천KBS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문제가 한 시간 동안 TV를 통해 방영될 때만해도 우리의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춘천시가 조사해서 원인파악을 하면 그냥 끝나는 문제인줄 알았다. 하지만 춘천시는 몇 달째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문제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골재채취장도 발견했다. 건물 콘크리트의 재료를 공급하는 춘천 인근의 채석장들이었다. 시청 직원과 함께 방문해서 그 자리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에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2천8백 세대가 넘는 ‘한숲시티’ 아파트는 이제 거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며칠 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JTBC)에서는 춘천에 있는 학교 교실 안에서 기준치의 3배가 넘는 방사능 수치가 측정되었음을 확인했다. 그 때문에 우리 단체 회원 몇 명이 인터뷰까지 진행했고 12월 초에 방송될 거라 한다. 이미 5년 전부터 우리는 교육청에 교실 내 방사능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강원도교육청은 무어라 할 것인가. 만약 ‘한숲시티’ 아파트도 그와 비슷한 수치의 방사능이 나온다면 그 입주민들에게 춘천시청은 무어라 할 것인가. 미래에 올 아이들을 위한 법정이 있다면 그 앞에서, ‘그냥 살아야지 뭐, 별수 있어?’라고 자포자기했던 우리는 과연 무어라 답할 것인가. 우리자신도 실은 죄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가보려 한다. 그 첫걸음을 12월 6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카페 ‘설지’에서 시작한다. 함께 해주신다면 그 힘으로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다. (문의 010-2261-9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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