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달에 한 번쯤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이발관이나 미용실일 것이다. 요즘은 남녀구분 없이 찾는 미용실로 기울어지는 듯하다. 내게 이발관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다니던, 아니 아버지의 손에 붙들려 다니던 아련한 추억을 이끌어내는 장소다.

추석 전날, 춘천시내 구석구석까지 미용실을 찾아 돌아다녀도 마땅한 곳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만원이라 시간에 쫓겨 마냥 차례를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문득 학곡리에 있는 이발관이 떠올랐고 곧장 그리로 찾아갔다. 첫 걸음이라 헤어스타일에 대해 반신반의 했으나 시간이 없었으므로 그냥 내 머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내 이발사의 실력과 센스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세심한 손길로 머리를 손질하고 감겨주었다. 요금 7천원을 내고 나왔는데 마치 한 시간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무원으로 생활하던 이금종(79, 사진) 씨가 이용사로 전직을 하게 된 것은 1960년 1월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껏 60년 가까이 이용사의 외길을 걸어왔으니 장인 중의 장인이 아닌가 싶다.

가끔씩 건네주시는 농담 속에 이발사의 진심이 느껴져 다정다감한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남성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발소를 이용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도 하고, ‘이발사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왜냐는 물음에 ‘이발사가 세상에서 제일 날카로운 칼을 목에 들이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라는 대답에 손님들 또한 수긍하며 웃게 한다.

젊었을 때 계획은 자식들 출가시키고 나서 3년만 더 벌고 관두기로 했건만 지금껏 손을 놓지 못하고 하는 걸 보면 욕심 버리고 그냥 적당히 삶의 활기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발요금도 올린 적 없이 7천원을 유지하며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단골들과 사이좋게 정을 나눈다고 한다.

인생의 지혜가 녹아있는 학곡이발관은 아침8시부터 저녁6시까지 영업한다. 매주 화요일은 쉰다. 가끔 노부부가 여행으로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방문 시 꼭 전화를 해보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학곡 이발관

춘천시 영서로1788

☎ 262-4303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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