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우 편집국장
전흥우 편집국장

지난달 28일 활동을 시작한 ‘춘천시 대중교통 체계개편 TF’에 위원으로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것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춘천의 대중교통 문제를 ‘공론(空論)’이 아닌 ‘공론(公論)’의 차원에서 정확하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익히 알다시피 버스를 이용하는 춘천시민들이나 외지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시내버스가 불편하고 불친절하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운수노동자들은 과로와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환경을 호소한다. 비수익노선의 적자운행에 대한 춘천시의 보전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 업체는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대중교통 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보편적 복지의 문제다. 이동 편의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현실에 적합하지 않고 비효율적인 노선은 과감하게 개편하거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교통 서비스를 단지 교통공학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선개편은 이용의 편의성과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좁은 의미의 서비스는 실제로 버스를 운행하는 운수노동자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해당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춘천 시내버스 운수노동자들은 매일 16시간씩 한 달에 15일 이상을 일해야 만근으로 인정된다. 그렇게 해서 받는 월급은 고작 250만원에 불과하다. 저임금도 문제지만 출퇴근 시간까지 고려하면 쉴 수 있는 시간이 7시간 정도여서 수면부족으로 인한 졸음운전과 스트레스에 늘 노출돼 있다. 후평동 차고지에서 학곡리까지 30분 만에 도달해야 하는 노선 및 운행시간의 문제도 있다. 그러니 급정거와 급출발이 일상화되고, 정류장 정시도착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승객에 대한 친절한 서비스만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춘천 시내버스 사고율이 전국 최고라는 말도 들린다. 사고율이 높다 보니 보험료 할증이 많아 연간 보험료가 17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대동·대한운수 운송수지 적자금액의 80%를 넘는 금액이다. 과로와 불편한 노선, 촉박한 운행시간 등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그러니 먼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한 다음에 친절한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조건을 감내하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먼저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비스 질 향상뿐 아니라 사고율 절감에 따른 경영수지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맹자가 말했다는 ‘유항산유항심(有恒産有恒心)’이 바로 그것이다.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恒産)이 있어야 변함없이 떳떳한 마음(恒心)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춘천 시내버스는 회사와 노동자, 춘천시와 시민의 네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시는 실증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선을 개편하고, 회사는 투명한 경영을 통해 경영의 효율화를 이루어내고, 노동자는 시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들은 열심히 버스를 이용해 줄 때 춘천 시내버스는 씽씽 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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