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산골유학 생활을 설명할 때 상징처럼 얘기하는 것이 ‘우리 유학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란 원칙이다. 4차산업혁명이니 미래교육이니 스마트교육이니 하는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는 요즘 거꾸로 가는 곳이 산골유학센터일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바깥세상(?)에서는 장·단점이나 교육적 관점에 대해 여러 가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적어도 농산촌유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일까? 스마트하지 않은 유학센터에서의 1년 동안 세상에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산골유학이 세상과 단절하고 ‘자연인’으로 고립되어 사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어느 일요일 오후.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산골샘 교회로 빨리 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왜요? 아이가 다쳤나요? 싸웠나요?” “오시면 설명 드릴게요. 허~~참” 전화를 끊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교회로 달려갔다. 유학생들과 마을아이들 한 무리가 몰려 있고 목사님이 훈계하시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가끔 교회에서 싸우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 달려가며 먼저 죄송하다는 말부터 나왔다. “한 아이가 모래를 입속에 넣고 있고 다른 아이들이 낄낄대며 구경하고 있더라구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일단 아이들을 센터로 데리고 와 자초지종을 물었다. 요새 수만 명의 초등학생 매니아를 거느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튜버가 있는데 한 아이가 그 흉내를 낸 것이었다. 모래를 입속에 넣는 것을 영상을 찍어 올리는 행위나 또 그것이 인기를 끌고 아이들이 따라한다는 것이 도무지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는 일이었다.

후에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듣고 검색도 해보고 확인한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20대의 이 스타청년은 유튜브에 갖가지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엽기적인 행위들을 올리고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그것에 초등학생들이 열광한다는 것이다. 아직 어리고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들에게 그 유명스타는 이미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스마트한 이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던 것이다. ‘아~~’ 탄식과 함께 절망감까지 올라왔다. ‘우리가 저 스마트폰을 이길 수 있을까? 성적(性的)인 것에서부터 온갖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영상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난무하는 이 악마와도 같은 세상이 아이들의 은밀한 시공간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학교와 가정,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아무리 정의를 평화를 공동체를 윤리를 얘기해도 스마트폰 세상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10여년 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바로는 아이들이 정말 이 달콤한 디지털 기기들을 포기하고 시골생활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이다. 자본이 모든 것을 삼키고 있는 이 세상의 대표적 산물인 디지털 기기들을 잊고 1년 아니 2년, 3년의 농촌유학을 기꺼이 선택하는 아이들이다. 특별한 아이들이 아니며 그들이 그것들을 결코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이 디지털기기들이 아이들의 일상에서 사라지면서 건강한 에너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라져가던 옛 놀이들이 되살아나고 두런두런, 시끌벅적 떠들고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살아나고 주변의 산과 들, 강과 냇가를 둘러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여유가 생겨났다. ‘별빛’은 아이들에게 작고 어두운 디지털 세상 속에서 이 넓고 아름다운 자연과 세계를 돌려준 것뿐이다. 감히 제안하고 싶다. 온갖 쓸데없이 난무하는 정보의 홍수에서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른 세상에서 느리게 생각하고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을 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겨울이 채 가기 전, 어린 싹을 틔우고 모종을 키우는 농부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어린 싹과 어린 모종에게는 비료도 농약도 필요치 않다. 오직 따뜻한 햇볕과 건강한 흙 그리고 맑고 적당한 온도의 물이면 충분하다. 그거면 충분하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