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우 (편집국장)
전흥우 (편집국장)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고,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을 잉태하고 있다. 지난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2014년이 다 끝나가던 무렵, 《강원희망신문》의 재창간 회의에 참가하면서 《춘천사람들》 탄생의 씨앗이 뿌려졌다. 겨울을 난 봄날 밀의 새싹처럼 창간을 위한 분위기가 푸릇푸릇 싱그럽게 돋아났다.

춘천만의 신문, 시민 가까이에서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신문, 그래서 시민의 친구이고 이웃인 신문, 힘 센 자들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신문, 그러면서도 지역의 문제를 드러내고 공론화 할 수 있는 신문….

그런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방식으로 협동조합 언론을 주목했다. 2015년 7월 7일, 비록 양력이지만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칠석날을 협동조합 창립일로 정했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 기꺼이 다리가 되어 준 까막까치처럼 시민과 언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중이었다.

제호를 정함에 있어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돼 ‘춘천사람들’로 정해졌다. ‘○○신문’이라는 틀에 박힌 제호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깰 수 있고,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또 말 그대로 사람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신문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3호에 걸친 창간 준비호를 내고 마침내 11월 4일 창간호를 발행하기까지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역시 재정과 인력의 문제가 핵심이었다. 모인 출자금으로는 6개월이 보장되지 않았고, 경험 있는 기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지혜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닻을 올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무턱대고 배는 항구를 떠났다.

출항한 지 3년, 지금 이 배가 저 넓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제대로 물길을 잡고 순항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아니면 어느 강 어느 언저리 모래톱에 걸려 버둥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슨 문제일까. 모래톱이 있으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내려 다시 강 한가운데로 밀어내면 될 것을.

바다에 이르려는 마음은 같을지라도 배 위에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더러는 배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타고자 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실제다. 삶은 오직 되짚어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삶은 앞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Life is not a problem to solved, but a reality to be experienced. Life can only be understood backwards; but it must be lived forwards)”고 했던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시민언론, 대안언론, 독립언론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만들어가야 하는 실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현실이고 역사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Despair is the Sickness unto Death)”이라고 했던가? 길에 끝이란 없다. 다만 쉼이 있을 뿐이다. 절망하지 않는다면 어떤 길이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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