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선거에서 내건 공적 약속 즉 공약(公約)이 지켜지지 않은 약속 즉 공약(空約)이 될 경우 공약을 내건 당선자를 성토한다. 애초에 공약을 지킬 의사가 없었다거나 공약을 수행할 수 있는 제대로 계획을 짤 능력조차 없었다는 등의 비난을 일삼기 일쑤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당선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비중이나 더 큰 비중으로 공무원사회의 의지와 풍토에 있다고 해야 옳다.

장관과 같이 더 높은 선출직에 의해 임명되는 임명직도 그렇고 기초나 광역 단체장과 같이  일선에서 공무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선출직 공무원도 그렇다. 공무원들이 어떤 자세로 이 임명직이나 선출직을 대하느냐에 따라 당해 선출직이나 임명직 공무원의 성과에 천양지차를 낼 수 있다. 

시험을 통해 평생 공무원의 길에 들어서 직업공무원들이 선출직이나 임명직으로 ‘어쩌다 공무원’(줄여서 ‘어공’이라 하는)이 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할 수 있는 ‘가능한 적게 일하고 가능한 많이 받고 싶은’ 이기적 심리다. 성과급 제도와 같이 특별한 조직문화를 조성하지 않는 한 어느 조직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신분을 법으로 정하고 있어 임/면이 쉽지 않은 공무원사회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둘째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다툼에서 언제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사회 전체가 체득한 보신주의 심리다. 공무원사회는 흔히 생각이 다르거나 적대적이기까지 한 시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해주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와 직접 관련된 한 두 개의 법률을 숙지한다고 해도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힘들다. 분쟁이 없다면 공무원이 상식에 맞게 법을 해석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분쟁이 있을 경우 공무원의 이 결정을 문제 삼아 새로운 전쟁이 왕왕 일어나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 요청 등을 통해 해당 공무원이 편파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하거나 법원에 호소하여 해당 결정이 틀렸음을 증명하려 한다. 이런 경우 해당 공무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고유업무 외에 다른 업무부담을 하나 더 지게 된다. 새로 부담하게 되는 업무가 많지 않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민원현장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셋째는 고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권력형 부정심리다. 사건이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사람의 뇌리에 오래 남는 경우가 많지만 사례 수 자체는 적은 편이다. 1인미디어, SNS 등이 발달함과 함께 여러 차례 공직의 투명함을 강조하는 정부가 들어서는 바람에 노골적으로 뇌물을 챙기기가 어렵게 된 상황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권위원회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를 보면 춘천을 포함하는 많은 지방정부는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어공’을 어렵게 하는 이런 장벽을 무너뜨려 본인 스스로도 시민인 공무원들로 하여금 ‘시민의 정부’의 전위로 나서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시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공무원이 있다면 칭찬해주는 일이다. 칭찬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많은 공무원들의 원성 속에서 이들의 사기가 곧 꺾이기 때문이다. 《춘천사람들》은 새해 ‘시민의 정부’가 제대로 완성될 수 있도록 ‘공무원 칭찬하기’를 시행하고자 한다. 시민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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