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리’는 러시아 교민이면서 1990년대 러시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였다. 그는 서양 선수들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동양인 최초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조경훈 씨는 중학교 시절, 그런 빅토르 리의 모습에 감동받아 빅터(빅토르의 영어 발음)를 그의 영어 이름으로 쓰기 시작해 지금은 빅터조 라는 이름으로 널리 활동 하고 있다. 조각가로서 6번의 개인전을 열고 250회의 단체전에 참여하고 ‘바우’라는 유쾌하고 위트 있는 작품으로 알려진 그를 만났다.

강아지캐릭터 ‘바우’가 대표적인 오브제인 조각가 조경훈(빅터조) 씨
강아지캐릭터 ‘바우’가 대표적인 오브제인 조각가 조경훈(빅터조) 씨

“저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음악, 체육 등 오지랖이 넓다 할 수 있지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복합장르를 하고 싶었죠. 주 베이스는 조각이지만 권투와 태권도, 유도 등이 결합된 이종격투기처럼 다양한 방식의 예술 활동이 미술이 될 수 있는 공공미술의 선구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죠.”

그는 탄광 지질조사 관련 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영월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향에 관련된 작품연구를 하던 중 ‘그때는 개도 만원 짜리를 물고 다녔다’라는 말이 돌던 탄광산업 부흥 시절이 생각났고 그 시절이 돌아오길 바라는 맘을 담은 ‘강아지 돌아와’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강아지캐릭터 ‘바우’는 빅터조 라는 조각가 하면 떠오르는 오브제(objet)가 됐다.

공공미술. 대중의 미술이라는 뜻이기도 하면서 현대에 와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조형물의 형태를 뒤집거나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공공 영역에 개입하는 미술의 형태로 진화 중이다. 대중적인 미술품이 있는가 하면 미술의 영역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행위나 캠페인도 포함된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그렇듯 선구자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 또한 탈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행위에 대해 이해받기보다는 거부의 시선들을 감내해야 했다.

강아지 캐릭터 '바우'를 주 오브제로 한 조경훈 씨의 다양한 작품
강아지 캐릭터 '바우'를 주 오브제로 한 조경훈 씨의 다양한 작품

어려서부터 방송, 체육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던 조 작가에게 고등학교 교사는 ‘네가 무슨 종합 예술인이냐 한우물만 파라’며 동아리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그때 선생님이 이끌어주고 최소한 나의 선택을 막지 않았더라면 난 벌써 진짜 종합 예술이 됐을 것”이라며 웃는다.

하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는 활동적인 성격처럼 그는 주위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또래 가수, 선배 작가, 후배 연극인 등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춘천이라는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성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운동 중에서도 유도를 즐겨한다는 그. 역동적이며 유쾌한 그의 작품에서 위트 넘치는 따듯함을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엿보인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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