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시립도서관 인문학 강좌 시작…매주 목요일 7시
“우리가 노래 잘 하는 것은 초성·중성·종성 3단계로 발음할 수 있는 말 때문”

시립도서관의 인문학 프로젝트 ‘2019년 인문학 강좌’가 시작됐다. 문화, 역사, 철학 등의 주제를 정해 한 강사가 매주 목요일 한 달 동안 심도 있는 강의를 진행한다.

그 첫 시간으로 지난 3일 저녁 7시 시립도서관 2층 시청각실에서는 ‘판소리에 담긴 우리 문화의 비밀코드’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무형문화재 이수자 배일동 명창이 ‘인간은 왜 노래를 부르는가?’라는 소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 3일 시립도서관에서 배일동 명창이 강연에 앞서 판소리를 하고 있다.
지난 3일 시립도서관에서 배일동 명창이 강연에 앞서 판소리를 하고 있다.

배일동 명창은 스물여섯 살에 소리계에 입문해 여러 스승에게 소리의 본질을 배우고 지리산 폭포아래 8년간 홀로 공부했다. 가슴속 애끓는 마음을 폭포와 함께 쏟아낸 그는 깊고 넓은 성량을 터득해 판소리를 전파하는 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됐다. 배 명창가는 판소리 한 소절을 부르며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성악의 양대 산맥인 판소리와 오페라를 비교했다. 그는 오페라는 지성미를 앞세우고, 판소리는 감성미가 앞선다면서 두 장르의 대표적 차이점을 이야기 했다. 그는 “오페라 같은 서양의 음은 한 음이 정확하게 뻗어나가는 구조지만 판소리는 음을 잡을 때 위아래를 오가며 공명을 만드는 방식이라 한국의 음이 심리상태를 더욱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30년대 음악을 들어보면 이야기 하듯 지금보다는 수평적으로 노래를 하지만 현대에는 좀 더 많은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기교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왜 일본이나 중국보다 노래를 잘 할까?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하고 k-pop으로 세계를 술렁이게 하는 이유는 뭘까. 이와 같은 질문에 그는 명료하게 대답한다. “바로 말 때문입니다.”

한국의 말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풀이돼 있듯이 그 형성구조가 천·지·인, 초성·중성·종성으로 형성돼 있어 초성을 끌어와 중성으로 넓히고 종성으로 닫을 수 있다. 노래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일본은 하나로 합쳐지고 중국은 두음으로 분리되면서 올리는 음이라 한국과는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선’이라는 말을 길게 분리해 발음하면 ‘서 어 언’처럼 세단계로 나뉘어 발음을 낼 수 있는 것이 한국노래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왜 노래를 하고 언제 노래를 하는가. 당나라 문인 한유(韓愈)는 불평즉명(不平卽鳴), 즉 모든 만물은 평평함을 얻지 못해서 운다고 했다. 만물이 그러하듯이 사람의 마음이 평평치 않고 마지못한 생각이 있으면 그것이 언어나 시, 노래로 표현되는 것이라 했다. 배 명창은 “그래서 우리의 노래는 횡경막을 울리고 가슴에서 무언가를 끌어 올리죠. 판소리를 안에 있는 감정을 여는 장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강의 설명을 돕기 위해 판소리를 한 소절씩 부르자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의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다음 강연은 오는 10일 ‘훈민정음 해례본과 판소리 발성’이라는 소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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