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교육부의 ‘중징계’, 검찰은 ‘혐의 없음’
인권위·교육부의 ‘중징계’, 검찰은 ‘혐의 없음’
  • 유은숙 기자
  • 승인 201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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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감사 “교장·교감 은폐·축소, 범죄행위 확실”
춘천지검, 다량의 증거제출에도 ‘증거불충분’, 참고인은 피의자와 연인관계

지난해 국가인원위원회(위원장 이성호)와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은폐·축소 그리고 무고에 가담한 교장 등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사안이 춘천지방검찰청에서 ‘혐의 없음’으로 발표되자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장애학생에 대한 학내 폭력, 교장 등 교원들의 은폐·축소, 무고와 허위공문서 작성 그리고 협박 등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철원 장애학생관련 학교폭력 은폐·축소 등 사건에 관해 지난해 인권위의 권고와 도 교육청 감사결과 조직적·악의적 범죄행위로 확인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춘천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철원 장애학생관련 학교폭력 은폐·축소 등 사건에 관해 지난해 인권위의 권고와 도 교육청 감사결과 조직적·악의적 범죄행위로 확인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8일 춘천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학폭 초기대응 만류, 은폐·축소·무고 행위로 이어져

초등학교 김 아무개 교사는 2017년 3월 강원도 철원군 소재 한 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자 뇌병변 5급 장애학생인 자신의 아들 A군을 춘천에서 같은 학교로 전학시켰다. 사건은 바로 다음날부터 동급생들이 A군의 걸음걸이를 따라하거나 ‘좀비’라고 놀리며 시작됐다. 친구들이 운동장에 앉아있는 A군을 축구공으로 가격해 A군은 몸에 멍이 들기도 했고 골탕 먹는 일이 잦아 혼자 우는 날이 많았다. A군의 부모면서 해당학교에 근무하는 김 교사는 사건을 키우고 싶지 않았고 담임교사를 믿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장난을 대범하게 넘기라고 아들에게 조언을 했다. 그러나 2017년 7월 5일 복도에서 절규하는 듯한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나간 김 교사는 울고 있는 아들을 보며 학교폭력신고를 다짐했다.

대학병원에서는 A군이 심각한 적응불안, 우울, 위축감 등으로 인해 자해하고 학교 친구와 담임교사에 대해서도 불안, 공포심이 심해져 1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와 6개월 이상의 심리적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재 춘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A군은 담임교사의 지도아래 잘 적응하고 많이 회복했지만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는 불안과 과한 방어 반응을 보여 보살핌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학교폭력신고를 결심한 김 교사에 대해 주변에서는 신고를 만류했고 신고 이후에는 교장·교감 등이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A군의 담임교사와 연인관계인 남자 교사는 김 교사의 학교폭력 신고로 A군의 담임교사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해 교장에게 성 고충을 거론했고 교장·교감은 성 고충 신고를 부추겼다. 이들은 유리한 목격자를 3차례에 걸쳐 변경하는 등 교장·교감의 지시에 따라 접수기안을 4차례에 걸쳐 회수하거나 재작성하고 허위 상담일지 등을 성고충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실시한 교육청 감사 결과에 의하면 이 같은 행위는 학교폭력 신고를 취하하게하거나 합의를 하게 할 목적으로 전개됐음이 확인됐다.

학폭신고 한 달 후 열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는 “A군의 말과 가해자의 말이 일치하지 않으며 가해학생이 기억하지 못한다” 등의 이유로 17개 항목에 대해 모두 ‘조치 없음’의 결정을 내렸다.

김 교사의 요청에 의해 사실관계 조사를 한 2017년 11월 강원도교육청은 “해당 교장 등이 크게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징계를 내렸다. 

인권위 권고 따른 교육청 감사결과, “경징계→중징계”

그러나 국가인원위원회는 사안을 다르게 봤다.

지난해 3월 위원회는 강원도교육감에게 유사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 하며 “해당교사는 아이들이 놀리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성장과정 중 일어날 수 있는 장난’으로 간주했고 학교폭력이나 장애아동에 대한 괴롭힘으로 처리하지 않았다”면서 “교장·교감은 학교폭력전담기구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상처를 받은 것은 개인적인 성향 탓이지 학교폭력 때문이 아니’라는 등 학교폭력 피해를 부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고, 목격자 진술을 번복하게 하거나 추가조사를 못하게 하는 등 학교폭력 사안을 은폐·축소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장애학생은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도 교사들이 장난으로 치부하며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피해회복과 구제를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2차 감사에 착수한 도교육청은 “조직적, 악의적 범죄행위로 확인”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관련 증거자료 및 관련자 진술 확보에도 불구 핵심 혐의자들은 전면부인,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해당 교장·교감·교사에게는 해임과 정직 등의 중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민병희 교육감은 “교원이라는 신분이 사회적으로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신분인 만큼 혐의자들을 엄중문책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행정처분에 이어 형사고소·고발을 했다.

춘천지검 ‘혐의없음’, 교육청 항고 준비

그러나 춘천지검이 지난해 12월 28일 직무유기, 무고,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협박 등 8~9개의 범죄사실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모두 ‘혐의 없음’으로 처리해 사건을 지켜 본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도교육청은 즉각 “모든 증거자료를 준비해 제출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무고죄에 대해서는 7~8개의 증거를 제출했다”고 말하면서 항고의사를 밝혔다. 항고기간이 이달 말까지라 현재 도교육청은 분주히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동안 힘든 싸움을 해온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인권위와 교육청과는 반대되는 검찰의 결과에 대해 더욱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교사는 “한 터럭의 반성도 없이 말맞추기 등으로 오로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검찰의 조사를 기다리던 공익제보 선생님들의 참고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무고죄는 가해자와 연인관계인 교사를 참고인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해당 교장 등이 중징계 처분에 대한 불복의사로 도교육청에 소청위원회를 신청한 상태”라며 “교육청에서 검찰에서 내린 혐의 없음 근거로 중징계 처분을 번복해 자질 없는 교사들이 다시 학교로 복귀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발표에 철원의 맘 카페 등에서는 모든 사실을 허위로 간주하며 고발자에 대한 모함이 이뤄지고 있어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강원지부는 “참고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채,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춘천지검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춘천지검에 강원도교육청의 고발과 피해학생 보호자의 고소 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폭 은폐와 축소에 대해서 교육부는 엄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에는 ‘조항이 없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형법의 허점이 교육청의 행정처분에까지 영향을 주게 될지, 그리고 항고가 받아들여 질 것인지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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