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정구에 소질이 있는 딸이 운동을 계속하길 바랐다. 그래서 중학생이었던 그가 운동을 그만둔다 했을 때 아버지는 실망했고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쌓였다. 그는 그 길로 무기력해 졌다. 삶의 중요한 기로에서 떠밀리다시피 열정도 없는 삶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김도란 씨가 처음으로 연극인으로서 무대에 섰을 때 아버지가 “귀엽다”고 무심히 던진 말에 두 부녀의 담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발리댄스를 하는 언니의 소개로 연극에 첫발을 내딛고 6개월간 연습생으로 지내며 만들었던 첫 무대는 그렇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후 7년간 한 극단에서 보고 느끼고 배웠다. 극단에서 일과 병행하며 온라인·오프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대학에서 연극전공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또 다른 도전이 생겼고 그만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에 2년 전 극단을 나와 프리랜서가 되었다.
“혼자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행정적인 일에서부터 연극배우를 섭외하고 비용을 정산해야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배운 것이 많고 지금은 주위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어요.”
김씨를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9시 이후여야 가능했다. 그가 무대에 올린 연극이 지난해 10월에 막을 내리고 현재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디어와 그가 직접 배우로 나오는 연극무대 ‘작은방’이라는 공연을 또다시 선보이는 데 필요한 준비 기간이다.
폭력적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계기로 흩어졌던 가족이 만나 작은방에서 추억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가족연극 ‘작은방’은 그가 저작권을 갖고 있다. 이 극은 3~4월에 준비해 5월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무대를 사랑하는 김씨도 가끔 “연극, 내가 좋아서 하는가,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긍정적일 때는 ‘그래 열심히 하자’ 하다가도 외길로만 갈수 없는 현실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연극이 나의 길이다. 돈 벌어서 또 하고 싶은 작품하자”이다. 30대 초반인 그. 하고 싶은 무대, 만들고 싶은 무대가 많다. 무대에 설 때도 좋지만 연습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그의 무대가 열리는 5월이 기다려진다.
유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