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권위원 위촉식이 지난 8일 오후 2시 춘천시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진행되었다. ‘마침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위원회의 가동은 역사적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현가능성과 명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위원회 발족의 역사적 의미라 함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히 춘천의 지방자치역사를 돌아볼 때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난 이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물론 자치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 6번의 선거에서도 1명을 제외하고 모두 공무원이 자치단체장에 당선되었다. 그 1명마저도 다른 나머지 당선자와 같은 계열의 정당 소속이었으므로 정권교체라는 말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공무원이나 직업정치인이, 그것도 같은 계열의 정치인들만이 정부수립이후 약 70년 간 춘천시정을 장악한 상황에서 시민을 정치의 중심에 두고자 하는 시민주권위원회는 언급조차 버거운 제도가 아닐 수 없었다. 공무원출신, 권위주의적 색채의 정당이 장악해 온 춘천시청의 공무원사회는 시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시민을 ‘통치’하는데 익숙해 있었다.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상을 지향하면서 시민들을 시정의 중심에 두자는 노력마저 ‘직접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뭉개려 했다. 공무원의 저항만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잘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도 주인행세를 하며 입맛에 따라 이것저것 골라먹기보다는 어색해하거나 성가셔 하며 몇 가지 먹지 못하더라도 밥을 떠먹여 주길 바랐다. 

시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마저도 시민주권위원회의 근거가 되는 조례제정을 하는 자리에서 위원회와 시의회의 기능이 중복되거나 상충될 수 있어 시의회의 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시의원은 “주민자치회도 뚜렷한 활동이 없는 상황인데 조례를 만든다고 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활성화에 동의한다면 이런 시민주권위원회라도 만들어서 주민자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제안에 이의를 달 이유가 없어서다.

다양한 우역곡절이 있었지만 ‘마침내’ 시민주권위원회는 출범했다. 지난 8일, 23명의 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이후 호선과정을 거쳐 위원장까지 선정함으로써 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위원회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민의 의견을 비교적 두루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일반시민의 자진 응모, 지역의 단체 추천, 의회 추천까지 합쳐 모두 65명의 후보가 모였으나 지방세 체납자 5명을 제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별, 정치성향별, 단체 성격별 분배에 상당한 균형을 맞추려 한 듯 보인다.

이제 시민주권을 위한 시정의 토대는 잘 갖추어진 셈이다. 그러나 형식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정신이 어떠한가에 따라 앞으로 2년의 임기가 아무 의미 없이 끝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도시 춘천을 건설하는 일이라면 모두가 진심을 다해 덤벼 볼만한 보람된 일이 아닐까? 모든 사적 이해관계를 떠나 함께 힘을 합쳐보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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