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지난 11월 20일자 《춘천사람들》에 한편의 칼럼을 썼다. 2013년부터 춘천 구봉산에 위치한 네이버 ‘각’ 의 현황과 문제점을 담은 글이었다. 이 글이 나가고 나서 주변에 상당한 반향이 일었다. 축구장 7배가 넘는 건물이 춘천의 진산 정상 부근에 각종 혜택을 받으며 조성되었지만 대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냐’는 앙칼진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초 네이버가 이 일대에 ‘네이버연구소’에 이어 ‘NHN서비스’ 본사와 사업장 이전을 약속하자 시와 도에서는 토지 원가와 72억원에 이르는 지방세 감면, 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었지만, 네이버는 당초 약속을 뒤 짚고 연구소가 아닌 ‘데이터 저장소’를 세웠다. 고용 인원도 전체 160명으로 연봉도 서울 본사 사원들의 급여의 절반 밖에 되지 않지 않았다. 약속했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글이 나가고 나서 얼마 안 돼, 지역 방송국 라디오 인터뷰 요청이 왔고 기사로 소개되었다.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그 방송국 PD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이버 본사에서 방송 내용에 대해 정정 보도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방송국 측에서는 네이버 본사 대외협력실장과 나와의 유선‘토론’을 급히 편성했다. 형식은 네이버 측이 먼저 반박 내용을 말하고, 서로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방송이 시작되자 네이버 측에서는 합의서 어디에도 ‘연구소’를 춘천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은 없으며, 현재의 데이터센터와 고용인원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나는 2004년 협약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네이버 김범수 대표가 직접 “연구소를 이전하겠다”고 한 발언의 진위여부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대외협력실장은 “내용에 대해 잘 몰라 답하기 어렵다”는 옹색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계속 질의가 이어졌다. 협약 당시 언론에서도 앞 다퉈 이를 보도했고 국정감사장에서까지 문제가 되었는데, 갑자기 ‘연구소’가 ‘데이터 센터’로 변환된 이유에 대해 재차 물었다. 네이버 측 관계자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고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시 찾아보겠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하고 토론을 마쳤다 (전문: 노컷강원뉴스, ‘NHN 연구소 이전’, 12. 14.) 그리고 4~5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지역 언론사에 속보 하나가 떴다. 네이버가 춘천시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간담회에서 네이버 측 관계자는 “소통과 상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내년부터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새로운 다짐과 약속도 잊지 않았다.

국내 “IT업계” 굴지의 대기업이 춘천 시민을 위해 굳은 신의를 어떻게 실현할지 못내 궁금하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것이다, 그 약속의 알맹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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