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두 차례의 글에서 사회적경제 도시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해외 사회적경제 도시 사례를 소개하면서 춘천시가 사회적경제 도시로 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회적경제 도시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영감을 주는 도시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이다. 몬드라곤의 협동조합 복합체는 국내의 대기업에 버금가는 규모인지라 지역의 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강원도와 다를 바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몬드라곤은 경제적 절박성과 강한 지역정체성을 토대로 끈끈한 협동과 기업가정신을 촉진시켜 오늘날의 협동조합적 기업가정신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혁신적인 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도시이며, 사회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발달한 도시다. 프랑스의 릴시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잘 발전된 모범도시이기도 하지만 특히 시장의 강한 리더십이 사회적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벨기에의 브뤼셀은 도시재생이나 노동통합정책과 사회적경제가 잘 연계된 대표적 모델도시다. 스웨덴의 고텐부르크, 캐나다의 퀘벡과 몬트리올은 행정과 민간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잘 구축해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지역모델을 만든 사례다. 

사회적경제의 전통이 매우 약한 도시도 이제는 사회적경제 도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은 시민운동, 비즈니스, 사회적경제가 역동적으로 결합하면서 창조적 문화경제와 디지털경제 영역에서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사례다. 미국 클리블랜드는 공공조달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내 활동가들 간 협력적 학습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취약한 지역사회를 혁신적으로 개발한 모델로 꼽힌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나 폴란드의 바르샤바도 사회적경제와 연계한 좋은 지역개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도시들이 사회적경제 도시로 도약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사회적경제에 대한 국가 및 도시 차원의 제도나 정책을 통한 인정이다. 이 도시들은 사회적경제를 단순히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수준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를 공공경제 및 영리적 시장경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영역으로 인정하고, 정책 수준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중소기업과 함께 언급하고 지원한다. 나아가 사회적경제를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공제조합, 비영리조직 및 재단을 포괄하는 폭넓은 경제영역으로 인정하면서 사회적경제 내의 분열과 경쟁을 극복하고 협력적 사회적경제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둘째, 사회적경제조직간 그리고 사회적경제와 행정간 네트워크와 협력이다. 이러한 협력은 각각의 사회적경제 부문의 다양한 역량과 자원을 결합시켜 규모화와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셋째, 정보소통, 학습, 사회혁신을 지지하는 혁신공간과 지식공유의 장을 만들었다. 춘천도 사회혁신파크를 중심으로 혁신활동가, 사회적경제 활동가, 대학, 혁신기관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사회적가치와 사회적경제를 중시하는 공공조달 및 민간위탁 정책이 필수적이다. 다섯째, 비즈니스 지원, 사회적 금융, 시 보유 건물과 토지의 활용 촉진 등 하부기반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춘천시가 이상의 다섯 가지 핵심 요인을 염두에 두고, 국내외 사회적경제 도시 사례를 효율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지역 주체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건강한 사회적경제 도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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