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강원도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연구관)
김종현 (강원도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연구관)

백세시대다. 환갑잔치가 사라진 요즘, 육십이라는 나이는 인생 후반부 청년기에 해당된다. 최근 서점가의 풍경도 달라졌다. 어르신들의 출판이 대세를 이룬다. 이들 중 베스트셀러 반열에 든 책들도 여럿이다. 신년 책방 나들이를 갔다가 《꿈이 있으면 늙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책에 손이 갔다. 정년은퇴 이후 제주도에서 커피농사를 지으며 시니어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이야기다. ‘꿈’과 ‘희망’이 마치 청년들의 전유물인양 여기는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하는 시니어들에게 맞춤한 내용이다. 우리 지역 양양 97세 산골 할머니의 일기 또한 베스트셀러다. 출판 분야뿐만 아니라, 노익장의 저력은 창업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일자리 분야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당당하게 성공하는 사례들을 보라. 늦은 때란 없다. ‘백세시대에 뭘 해서 먹고 살까?’를 고민해 보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해답 없이 고민만 반복하게 된다. 지금도 삶이 녹록하지 않지만, 미래를 누구보다도 불안해할 시니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강원도 일자리 정책에 ‘시니어 창업 지원을 통한 건강 일자리 지킴이’를 추진해보는 건 어떨까.

나이 육십이 되면 직장에서는 정년은퇴와 동시에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청년창업을 많이 부추기는 게 사회현실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으로 부딪혀 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기란 어려운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시니어 창업이야말로 적극적으로 권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창업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청년들이 스타트업을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즈니스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축적된 노하우 없이 청년들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년병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무서운 생존경쟁의 전쟁터에서 그래도 경력과 능력을 가진 시니어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본다. 다만, 청년들보다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창의와 용기다. 이제야말로 노인들이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하는 이유다.

우선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시니어 창업지원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자치단체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례제정부터 적극적으로 서둘러야 한다. 그 제도적 장치를 통해 재정적 지원과 관리가 뒤따른다면 금상첨화다. 둘째, 사회적 측면에서 시니어들의 일을 통한 건강유지 정책이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겪게 되는 노인의 의료비 및 케어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선순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시니어 창업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은 필수다. 빠른 시대에 앞서지는 못하더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그들에게 노익장의 열정을 일깨워줘야 한다. 끝으로 시니어 일자리는 금전 획득이 주목적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는 지역 커뮤니티다. 마을기업과 같은 지역 연대의 조합원 구성을 통한 자활의 일자리 구축이다. 일을 통한 연대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니어, 그들이 정한 목표와 꿈을 향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 주자. 백세시대에 건강한 삶을 지속할 기회를 일자리를 통해 펼쳐 나가도록 지원하자.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얘기는 무수히 들었던 말이다. 주변의 어르신네들이 인생 이모작, 삼모작으로 성공하는 모습은 청장년들에게 또 다른 가르침이 될 수 있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우리는 꿈을 꿔야 한다. 이제 시니어들도 당당한 청춘으로 꿈꾸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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