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 한가득 기름에 대왕 핫도그 두 개만 만들기도
재미로 만드는 음식, 사회적 비용 들어가는 공공의 문제

지난해 4월 22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김건모가 김종민의 새 집에 놀러가는 모습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들통과 큰 쟁반, 업소용 기름, 밀가루 등을 꺼내놓자 의도를 모르는 김종민과 시청자는 어리둥절 했다. 그가 들통에 업소용 기름을 가득 부으며 대왕 핫도그를 만들겠다고 하자 패널들은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들통 하나 가득 기름을 끓여 완성한 대왕 핫도그는 실용성보다 얼굴만한 크기에서 오는 놀라움이라는 효과밖에 없는 듯 했다. 음식을 장난처럼 여기며 남은 재료와 조리기구 처리에서 파생될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모습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지난해 방송된 ‘미우새’에서 가수 김건모가 들통 한가득 기름을 채우고 대왕 핫도그를 튀기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미우새’에서 가수 김건모가 들통 한가득 기름을 채우고 대왕 핫도그를 튀기고 있다.

김건모는 그동안 대형 케이크와 대형 달고나, 대형 솜사탕 등을 만들면서 해당 프로그램 초기 방송분에서는 인기를 끌었으나 음식을 장난처럼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늘자 관련 방송분량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유명 포털에 업로드 된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시청자들의 불편한 마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름을 들통 가득 끓여 대왕 핫도그를 두 개 튀기고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설탕 10kg을 끓여 달고나로 글씨를 새기는 것이나 밥 케익, 대왕김밥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의문을 가진다. ‘다 먹었을까? 많이 남았다면 버렸을까? 돈많은 연예인인데 달고나를 끓인 냄비는 씻었을까 버렸을까?’ 또는, ‘음식이 부족한 나라의 국민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등의 질문들이다. 

환경과, 음식 낭비, 대외적 비판 등을 고려한 질문이지만 방송에서는 이같은 질문들에 대한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비난이 이어지자 미우새 방송 출연이 뜸했던 김건모는 지난해 12월 23일 방송분에서 음식이 아닌 호일을 또 대량 낭비했다. 

후배 개그맨들을 도와준다는 의미로 그의 집에 세트장을 꾸몄는데 대형 호일을 구해와 병풍과 바닥에 고정시켜 무대를 만들었다. 

이 역시 재미있는 무대를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을진 모르겠지만 쓰고 난 호일 처분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반응들 또한 뒤를 이었다.

인구증가에 의한 자원고갈과 한번 사용한 용기들이 불러오는 환경파괴 문제가 대두된 지 오래다.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으로서 재미만 생각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영향력은 생각하지 않은 점에 일부 시청자들은 매우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재료를 소비하고 처리하는 비용은 제품의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 처리과정에 사회적 비용이 필요불가결하게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이로 생각하고 비정상적으로 재료를 소비하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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