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실패했으면 다시 도전하면 되고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그 누구나 실수합니다.”

국내에서 신곡 발매를 시도하며 유승준이 SNS에 남긴 ‘실수’다. 네티즌들은 그건 실수가 아니라 ‘사기’였다며 분노했다. 그 누구나 실수한다는 그의 자위는 그렇게 소멸했다. 

“선배가 ‘외국에서 배운 선수라 인사를 제대로 안 한다’고 지적했다. 선배 연습을 방해할까 봐 인사를 안 했더니 그런 일이 생겼다. 그다음부터는 인사 안 한다는 선배를 보면 화장실까지 쫓아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프로골퍼 이준석이 언급한 ‘실수’에 독자들은 칭찬의 댓글을 달며 그의 꿈을 응원했다.

이런저런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대중은 판단한다. 당연하고 오만한 권력은 범죄도 실수로 포장할 수 있다고 믿지만 대중은 더 이상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실시간으로 엮어내는 사회에서 대중은 정보를 공유하며 실수인지 범죄인지를 평결하는 배심원 역할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스타를 탄생시키고 인기와 사랑을 몰아주며 권력을 부여하다가도 오만함을 보일 때는 가차없이 권좌에서 끌어내린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성의 힘은 거기까지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을 만큼 멀고 먼 스타에게 적용하던 현명한 판단과 공동의 대응도 바로 가까이서 우리 삶을 제멋대로 흔들어대는 지역 정치에서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어서다. 중앙정치에는 맹수처럼 용감하게 뛰어들고 지역정치에는 길들여진 가축처럼 유순하기만 하다. 수 억 광년 떨어진 별을 보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내다가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 사람을 닮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의 꼼꼼하던 연대가 삶이 펼쳐지는 동네로 오면 느슨해진다. 한 다리 걸러 이어지는 생활관계가 정신을 미혹하고 칼날을 무디게 한다. 지역정치가 여전히 낙후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지역정치인의 거짓말은 거짓말로 이어지고 그의 오판은 오판으로 이어진다. 

레고랜드를 둘러싼 신화를 보자. 지난해 12월 강원도의회 상임위에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의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동의안’을 통과시키며 주장한 연간 2만5천600개의 일자리 창출,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 방문, 3조6천881억원의 경제유발효과를 믿으려면 상식과 합리를 버려야 한다. 2014년 11월 강원도와 춘천시가 공동 발간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보고서’에서 밝혔던 예상 방문객 200만명, 일자리 창출 9천883명이었던 수치가 ‘웁스! 웁스!(Oops! Oops!)’하며 기공식만 세 번 하는 것으로 끝났을 뿐인데 그렇게 부풀려졌다. 

부주의로 잘못을 저지른 실수는 회복도 쉽다. 그러나 주의해서 저지른 잘못은 실수가 아니라 사기다. 처벌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거짓말 듣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그를 빙 두르고 있는 걸로 보아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맬컴 엑스(Malcolm X, 1925-1965)의 경고가 밤하늘을 가르며 사라진 별똥별처럼 외롭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만큼 애국심에 눈멀지 말라.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누구의 행위든, 누구의 말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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