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정에 따라 경관계획 재정비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지난 24일 시청에서 열렸다. 경관법은 매 5년마다 국가와 광역·기초자치단체의 장은 관할구역에 대한 경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이 아름답고 쾌적한 경관을 누릴 수 있도록’하기 위해서 국토교통부장관은 국가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지역의 단체장은 ‘지역의 고유한 자연·역사 및 문화를 드러내’기 위한 관할구역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대로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공청회장은 소란스러웠다. 70여명이라는 적지 않은 주민 숫자 때문이 아니라 다양하게 쏟아진 주민들의 불만 때문이었다. 지역별로 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는 했지만 모든 문제제기를 관통하는 내용은 ‘주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법에서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생활 및 경제활동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지역주민의 합의’(3조2호)를 끌어내거나 ‘지역주민이 이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3조3호)하지 못했다는 주민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불만을 들은 경관디자인과 정순자 과장은 “모든 지역으로 찾아갈 수 없기에 법적 공청회를 열게”되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현장에서의 자료배포도 없고 사전 의견교환도 없어 법에서 정한 ‘합의를 위한 주체적 참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담당과장은 법적인 절차대로 청문회를 하고 있다는 대답을 늘어놓은 것이다.

정 과장의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춘천시는 경관법에 정한 절차를 밟고 있음이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행위가 법 정신을 충분히 실현하고 있다고는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일정한 규정이나 방식에 따라야 할 양식’만 간신히 채운다는 의미의 요식적 행위라는 평가가 적절하다. 위법하지는 않았지만 법이 지향하고 있는 국민이나 주민의 만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청회가 부족하다면 별도로 의견을 주면 된다’거나 이후 시의회의 의견청취와 춘천시경관위원회의 심의가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틀린 말이다. 자료조차 배부되지 않아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주민이 어떻게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을까?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개진되지 않는다면 시의회와 경관위원회는 누구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까? 굳이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만약 시가 주최하는 공청회의 잡음이 이번에 처음 일어난 일이라면 굳이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가까이 일어났던 경험으로는 캠프페이지 부지 활용방안 공청회를 들 수 있다. 2017년 해를 넘겨가며 진행했던 여러 차례의 공청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불만은 ‘이미 제기된 의견에 대한 반영여부는 언급 없이 왜 같은 토론회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춘천시가 개최하는 공청회나 여타의 의견수렴 절차가 대부분 주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어도 잘못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없는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시정책임자도, 시민들도 다시 한 번 잘 되돌아 볼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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