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강원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이준희(강원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SKY캐슬’이라는 TV 드라마가 인기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를 조금은 과장되게 그러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명문대 입학을 위해 고액의 사교육에 매달리는 부모들과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은 풍자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명언과 장면들이 나온다. 서울법대 출신의 교수 아빠는 “부모의 역할은 성공의 기회를 주는 거야, 세상은 피라미드라며 최고에 올라야지 그렇지 못하면 패배자”라고 말한다. 친구들은 경쟁자이고 경쟁사회에서 선의의 경쟁은 승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 최고의 사교육과 입시코디를 고용하고 학교 기출문제 구입을 서슴지 않는다. 

서울대의대 입학에 모든 걸 거는 그러나 인성과 사회성은 바닥인 ‘예서’란 아이의 모습에서 ‘저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혹은 괴물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하게 된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대학에 따른 소득격차가 크고 이득이 많기 때문에 입시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런 경쟁은 암암리에 저학년 아이들에까지 발달단계와 맞지 않는 비교육적 행동을 부추긴다. 획일적인 경쟁 속에서 성취감을 맛보는 학생들은 소수에 그친다. 

아이들의 삶에서도 자존감, 자아효능감, 학습흥미도는 중요한 요인일 텐데, 비교육적인 환경 속에서 많은 학생들의 자존감은 하락하고 이는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드라마 속 비극은 여러 통계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수학, 과학, 읽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에서 학업성취도는 10위권 안이지만 각 과목 학습 흥미도는 (최)하위권, 국제성인역량평가(PIAAC) 결과 OECD 평균에 미달, OECD 주요국 중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자살률 1위, 소득불평등 상위권.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마을의 목초지를 공유하는 목장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소떼들을 초지에 풀어놓았을 때 그로인해 발생하는 비극이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제도를 변화시켜 개인의 이익 추구행위가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이론이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 발표할 때, 핀란드 교육관계자가 “한국의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해 2등을 했지만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1등을 했다”라고 했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수를 실패자로 만드는 교육, 비교육적 환경에서 고통받는 청소년, 창의성을 저해하는 교육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을 본다. 

다행히 최근 교육정책은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면서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경로를 바꾸고 있다. 즉, 국가는 교육의 공공성, 교육자치와 교육민주주의,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등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고, 강원도교육청도 모두를 위한 교육, 문제해결력 등 핵심역량 함양, 삶과 앎이 연계된 교육, 학생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교육복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기존 제도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많은 난관과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다가올 미래사회, 4차 산업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확고한 비전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교육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 교사,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과의 공유와 협력도 필요하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보듯이 모든 아이를 위한 것이 내 아이를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훗날 ‘SKY캐슬’을 보면서 ‘옛날에는 그랬었지’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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