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교육을 하자고 이야기 하다가도 내 생각이 맞나 종종 흔들리기도 한다.

"이상적인 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다. 4차 혁명 시대에 대비해서는 창의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도교육청이 내거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가치에 대해 공감은 물론 적극 지지한다. 그러나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구와 결과가 안 보인다는 것은 문제다.

"행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그 배경이 되는 대입 등 교육시스템과 전체 사회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2019학년도 입시가 끝나고 강원도에서는 도교육청의 교육정책을 두고 논쟁이 일고 있다. 학력 논쟁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 고교평준화가 논의될 때마다 빠짐없이 함께 논의 된 오래 된 쟁점이다. 민병희 교육감 체제에서 현재의 고교평준화가 도입됐기 때문에 가까이는 10여년 된 논의라고 할 수 있지만 80년대 잠시 평준화할 때도 이 문제를 걱정하기도 했으니 꽤 해묵은 논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입시성적과 올해 초 발표된 민병희 교육감의 신년사를 두고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춘천사람들》은 강원도에서 지금 일고 있는 학력중심교육과 행복중심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을 둘러싼 논쟁을 차분하게 정리해보고자 토론회를 마련했다. 패러다임 간 합치점을 찾을 수는 없는지 상치가 아니라 상승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를 다양한 교육주체와 함께 알아보고자 했다.                      - 편집자주

   

▽일시와 장소   2019년 1월 29일, 《춘천사람들》 회의실▽토론 참여자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최중선 전 회장    소양고 황기면 교사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춘천시학부모연합회 강선희 회장▽사회   《춘천사람들》 정연구 발행인
▽일시와 장소   
2019년 1월 29일, 《춘천사람들》 회의실
▽토론 참여자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최중선 전 회장    
소양고 황기면 교사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춘천시학부모연합회 강선희 회장
▽사회   
《춘천사람들》 정연구 발행인

: 강원도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소재로 토론하는 만큼 강원도 교육청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기초학력 등 학력증진 방안을 지금 다듬고 있는 상황이라 정리가 되는 3월 이후에는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해 부득이 오늘은 학부모, 교사, 연구자의 의견을 교환해야 하겠다. 오늘 토론회는 교육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가치를 논해보고 이를 기준으로 대한민국과 강원도의 교육 정책을 평가해본 다음 대안을 제시해보는 순서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 교육이 지향해야 할 우선 가치

: 대입만을 위한 교육이 강요되고 있는 공동체에서 진보적인 교육방향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떠밀어야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협력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교육을 하자고 이야기 하면서도 대입을 위한 점수 맞추기 교육을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다가도 내 생각이 맞나 종종 흔들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아이가 좋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최중선 전 회장
춘천시학부모회연합회 최중선 전 회장

: 관심 있는 분야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이 대입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야 한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현은 쉽지 않다. 가령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보더라도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끼와 재능을 일찍 발견하여 삶의 방향을 잡도록 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직업체험 교육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하더라고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이상을 버리게 되지는 않는다.

: 이상적인 교육은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다. 4차 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이란 단순히 발명을 하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의 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공감능력이란 남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능력이다. 그런 인간을 만드는 교육, 노동과 생명을 중시하는 교육, 인문학적 소양과 소통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다. 민주시민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교육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교육은 가치와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상적인 교육이 담아야 하는 가치란 생명·평화·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역량강화란 이런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실현방법이다. 그 내용으로는 텍스트를 보고 핵심을 짚어내는 문해력, 수학적·논리적 사고력, 대외 정보가 넘쳐 나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외국어 소통능력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현 사회와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면 이 같은 가치추구와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상적인 교육상에 비춰 현재의 강원도교육청 정책은

소양고 황기면 교사
소양고 황기면 교사

: 현장을 둘러보면 변화를 두려워했던 행정직, 교사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교사, 학부모, 학생 간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또 좀 더 내용을 채워야겠지만 각종 지원센터 등이 많이 세워져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미래를 위해 행복을 미뤘던 아이들이 현재 행복을 경험하며 학교를 다닌다. 이렇게 현장에서 보이는 학생복지 개선도 도교육청의 성과라고 본다. 그러나 좀 더 밀도 있고 집중력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은 교육청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 고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학교에서 공부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부족한 공부를 공교육에서 채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교육의 신뢰가 많이 떨어 진듯하다. 이는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도교육청이 그간 뒤처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잘 해내다 보니 앞서나가는 아이를 위한 교육에는 미흡했던 것 같다. 미래를 위해 학력향상도 필요한데 이를 위한 보완책을 제시하기보다 이상향만 강조해 온 듯하다.

: 이상과 현실에 괴리감이 있어 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행복한 교육법에 공감한다. 학창시절 행복했던 기억이 앞으로의 삶에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그러나 대입에서는 불리했다. 아이들을 풀어놓는 교육정책을 환영하지만 대입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교육청이 좀 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 도교육청이 내거는 ‘모두가 행복한 교육’가치에 대해 공감은 물론 적극 지지한다. 

전국최초 초·중·고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GMO’없는 기름과 장류를 쓰는 것은 어떤 지도부도 해내지 못한 성과였다. 또한 교육현장의 민주적 질서 형성 또한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력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행복 교육을 한다면 그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도교육청의 평가도구와 결과가 안 보인다는 것은 문제다. 사교육을 하는 학생이 늘고 학력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를 보여줄 성과지표가 필요한 데 없다. 다른 기관에서 측정한 간접적인 지표에서 강원도 학생의 행복도가 최하위인 것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교육청 정책에 대한 평가결과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하다.

◆행복 지향 교육과 학력 중심교육 상생 방법은

: 대부분의 나라가 대입제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입제도에서 아이의 성장과정을 감안한 대입제도가 생긴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중심의 같은 내용을 초, 중, 고등에서 반복해서 배운다면 재미가 없다. 사실 중심이 아니라 사실을 엮어서 스토리가 있게 만든다면 역사가 재밌을 것이다. 수학도 더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즐겁고 재미있게, 너무 어렵지 않게 배운다면 아이들의 학력도 성장하면서 행복하게 공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시스템 못지않게 전체 사회가 먼저 바뀌는 것이 더 바람직한 순서인 것 같다. 

: 학력중심교육과과 행복중심교육은 상치하는 것이 아니다. 학력중심 교육에서 행복을 찾기 어렵겠지만 행복 지향 교육을 하다 보면 학력도 따라올 수 있다고 본다. 교육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일제고사 등을 다 없앴다. 너무 학력만 강조하다 보면 학생과 학부모를 사교육시장으로 몰아내게 되는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강원도교육청의 교육정책도 교육부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5년 개정교과과정에 따라 지나치게 과거 패러다임의 지식교육이 아니라 소통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식위주의 과거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학력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춘천시학부모연합회 강선희 회장
춘천시학부모연합회 강선희 회장

: 개인적으로 상생이 불가하지 않길 바란다. 이를 위해 대입을 위한 수능 문제가 인문학 적이고 실생활에 연관성이 있는 문제 형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대입과 같은 주요한 교육정책이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행복지향교육이 성공하기 어렵다. 수능에 자유학기제에서 체험한 내용이나 창의성과 행복정도 등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오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수능문제가 바뀌기 위해서는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 인식의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할 터인데 이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면 좋겠다.

: 질 높은 공교육을 받는 것이 매우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교육을 하는 학생 수가 늘었다는 것은 부모들이 공교육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학생 수가 줄고 행정적, 물질적 지원이 늘어났음에도 아이들의 성적과 행복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 정시와 수시는 각 장단점이 있다.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을 위해서 대입의 두 가지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춘천사람들》 정연구 발행인
《춘천사람들》 정연구 발행인

: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기 모인 분들은 모두 행복지향의 교육이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과 같은 학력위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현실 역시 엄존하고 있다. 민주적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가운데 어느 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정책은 이들 가치가 모두 존중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하겠다. 오늘 나온 토론 내용을 볼 때 두 가치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교육청과 교육부의 더 많은 노력을 기대해본다.  

정리: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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