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날 연휴가 있는 주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 함께 있었다. 100주년을 맞는 2·8 독립선언일이다. 식민 지배를 당하고 있는 자신의 나라에서가 아니라 식민 지배를 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의 심장부에서 독립선언문을 작성하고 이를 만방에 고하고자 한 일은 칭송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는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자주국가로서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당당하게 교류하고자 한다면 이 날의 기백과 정신을 연연세세 기리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전문에 담고 있는 3.1운동도, 그로 인해 같은 해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도 다 2.8독립선언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이 점까지 고려한다면 100주년이 되는 올해의 2.8독립선언 기념은 특별하게 치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강원도와 춘천시에서는 관이 준비하는 2.8독립선언 기념행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는 다른 해와는 다른 규모로 성대히 준비하고 있지만 2.8독립선언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춘천YMCA 청소년동아리연합회에서 “그날의 정신을 이어받아” 춘천 명동거리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자고 했다. 국경일 등 기념행사는 관이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소년이 주관하는 행사라 하니 여간 신선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1919년 도쿄 유학생 11명이 주축이 되어 준비하고 600여명의 재일 유학생이 함께 한 ‘재일본도쿄조선YMCA’ 강당의 외침을 되새기는 일이 행사의 주 내용이었다.

100년 전 독립선언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식민지배의 고난을 이긴 강인한 국가로 자리 잡게 한 계기였다는 사실을 돌이켜볼 때, 100년 후 같은 날에 그날의 그 외침을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함께 했다는 일은 국가의 앞날을 단단하게 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민 모두가 하나로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건한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일제 식민지를 이겨낸 국민으로서 못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종종 그와 달라 안타깝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조선시대 당파 싸움과 같이 한낱 자파의 지속적인 군림에만 관심을 가진 자리싸움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강원도 시군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달 24일 양구군청에 모여 채택한 ‘지방의회 의정비 제도개선 촉구 건의문’도 나라를 위한 공직자의 자세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건의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손쉬운 이익추구를 위한 결의문이라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보수를 받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회마다 의정비 지급액에 차이가 있어 의정비 결정 시 많은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전국 단일 기준의 월정수당 지급 기준(법령)을 마련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다행히 많은 시민단체들이 나서 협의회의 결의문을 저지하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음은 숨길 수 없다. 독립선언이 있었던 2월8일부터 전국적인 만세운동이 있었던 3월1일을 거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4월11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100주년 기념행사를 보면서 공직자들의 애국애족 정신이 제대로 가다듬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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