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장)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해외연수중 저지른 현지 가이드 폭행, 여성 접대부 요구 사건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피해자 측에서 500만 달러(약 5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예천군 밖에서는 ‘예천 농산물 불매운동’까지 거론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지방의원의 해외연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수해 당시 충북도의원 4명의 유럽 연수로 해외연수 무용론이 전국을 뒤덮었지만 개선 노력은 흐지부지됐고 예천군의회 사건으로 국민들의 공분이 높은 상황에서도 경북시군의회의장단은 베트남 관광성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3일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여행의 적합성, 타당성, 경비의 적절성을 심의하게 되어있는 공무국외여행심의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연수가 개선되려면 부실한 연수계획을 용인해주는 심의위원회 구조를 개편하고 여비만 편성하는 관행을 개선하여 연수 목적에 따른 교육을 위한 교육훈련비도 함께 편성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공무국외여행 사례집을 발간하여 교육과 연수의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국외연수의 논란은 지방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의 유럽 선진 행정 방문 연수에 참여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28명에 대한 연수비용이 실제보다 부풀려 지급된 일이 있었다. ‘비행기깡’ ‘교통편 바꿔치기’ 등으로 빼돌린 세금은 음주를 포함한 특식, 전용버스 이용, 선물구입 비용으로 사용된다. 

공무원 연수 대부분이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가는 관광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수 공무원 해외 선진사례 견학, 장기근속 공무원 공로 연수 등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공무원의 연수도 외유성이 대부분이다. 자주 해외연수를 가는 단체장, 산하 기관의 돈으로 연수를 가는 정부 부처 공무원 등 선출직·일반직 가리지 않고 행해지는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도 여전히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지방자치의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28년이 지났지만 민주성과 시민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치의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는 제도 운용에만 매달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잘못된 인식을 낳고 말았다. 제도만 있고 의식은 사라진 우리의 지방자치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지방자치를 넘어 자치분권시대에 당면한 지금, 시민 또는 주권자로서 민주국가와 시민사회의 지속발전을 위한 자질과 소양을 함양하고 헌법적 가치와 자치분권의 가치 실현을 위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환경, 소비자, 민주주의, 경제교육 중심으로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노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민주시민교육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서울시, 세종시, 경기도를 비롯하여 광명시, 용인시, 수원시 등에서 이미 제정된 조례는 최근 부산시, 대전시, 울산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춘천시도 올해 86개 시책 중 ‘맞춤형 시민주권 역량 강화 교육 실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조례 제정을 미룰 이유는 없다.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을 혁신하는 일에 시민과 시정부 그리고 의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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