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경 기자
김애경 기자

설날. 정부와 여당, 유가족, 한국서부발전과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2천200여 명의 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두 달여 달려온 긴 터널의 끝을 통과한 셈이다.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58일만이다. 아들을 잃은 그의 어머니는 그 사이 투사가 돼 또 다른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발전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약속을 내놓자, 정부와 여당도 대책을 내놨다. 진상규명 조사 진행과 2인1조 시행 등의 긴급안전조치, 중대 재해에 대한 공공기관 작업장의 기관장 책임, 연료 및 환경설비운전 분야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스물네 살 김용균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던 이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화된 위험의 공포가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착한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5년. 이후 달라지지 않은 위험의 일상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외침이었을 거다.

2016년 tvN의 외주제작 비정규직 스텝의 사망, 구의역 사고, 2017년 제주음료공장과 LG유플러스, 지난해 이마트와 CJ물류센터 등 일상의 공간에서 들려온 김용균의 죽음은 우리가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슬픔이었다. 개인의 죽음이 더 깊은 슬픔으로 이어졌던 까닭은 ‘죽음으로도 바꿀 수 없었던 세상’에 있다.

죽음으로도 바꿀 수 없었던 세상도 결국 시민들의 힘이 모여지자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섯 차례 진행된 범국민 추모제 그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장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담은 단식 농성 등 일상의 위험과 죽음의 공포에 시민들이 목소리를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며 더 이상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위험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의 사고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언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 김용균은 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구직활동을 병행했던, 열악한 일자리를 감수했던 평범한 청년이다. 그가 특별한 사람이어서 그에게 이런 큰 불행이 다가왔던 것이 아니다. 

불행은 예고 없이 다가온다. 불행이 없는 안전한 삶을 운에만 맡기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일 하다가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 청년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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