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
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

#1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 방침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롤스로이스청년택시밸리’ 사업공모에 강원도와 춘천시가 재도전한다. 국비와 지방비 합쳐 1천억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ICT(정보기술)융복합 스마트기술에 기반한 청년일자리정책으로, 춘천 동면 5만여평에 단지가 조성된다. 단지 내에는 운전학원·세차장·정비소·숙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관련 TF를 구성하여 사업설명과 부지매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2 이 사업은 미래 택시산업 발전과 청년택시기사 육성을 위해 추진된다. 39세 이하 무면허 청년들에게 20개월간 운전교습부터 스마트택시 운영법을 교육하고, 3년간 최첨단 롤스로이스택시를 임대하거나 최대 30억까지 개인택시 창업비를 특별지원하게 된다. 

#3 택시기사들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택시 기본요금이 똑같은데 롤스로이스를 몰아요? 그것도 앞길 창창한 청년이? 미쳤습니까?” 한편 미리 선정된 상주시와 김제시의 사업을 분석한 시민 이모씨는 여기서 멈추라고 말한다. “2년간 토목공사하고 나면 이후 막대한 운영·유지보수에 드는 예산은 강원도와 춘천시의 몫입니다. 사유지 매입예산은 별도구요. 3년 뒤부터가 진짜 큰일입니다. 청년들은 교육만 받고 도망갈 겁니다. 롤스로이스 아닙니까? 면피를 해야 하니 계속 세금을 쏟아 붇겠지요. 미쳤습니다.”  

위의 뉴스를 읽고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설마 했을 테고 만우절이냐고 웃었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지어낸 ‘가짜뉴스’다. ‘춘천롤스로이스청년택시밸리’ 같은 요상한 사업은 다행히도 없다. 그런데 ‘가짜뉴스’라 해서 그냥 지어낸 것이 아니다. 오늘 춘천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서 몇 글자만 조금 바꾸었을 뿐이다. ‘춘천스마트팜밸리’는 ‘진짜뉴스’다.

스마트팜과 스마트팜밸리는 農(농)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農이라는 나무는 뿌리가 썩고 다른 가지들은 열매를 맺지 못한지 오래다. 나무 전체를 보며 가지를 봐야 옳지만, 항상 낙관하는 뉴스와 정책만 가득하니 가지의 문제를 간파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해를 돕도록 가짜뉴스를 만들어 본 것이다. 거의 진짜 같은.

딱 한 가지 핵심만 짚어보자. 위의 ‘가짜뉴스’에서 택시기사들이 롤스로이스를 청년들이 어떻게 모느냐고 지적하는 것처럼, 농민들은 ‘진짜현실’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스마트시설 원예농업을 하느냐고 지적한다. 그런데 솔직히, 청년들은 첨단 롤스로이스를 더 잘 몰수 있다. 청년들은 기존 농민들보다 스마트기술 습득이 빠를 테니 스마트팜은 더 잘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핵심은 그런 스마트기술 습득의 문제가 아니다. 

3천원대의 택시기본요금으로는 롤스로이스를 유지할 재간이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롤스로이스를 사서 빚쟁이가 될 청년도 없다는 간단한 경제상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러면 롤스로이스 택시요금을 1만원으로 책정하면 어떨까? 괜찮은 방법이다. 택시요금 차액 7천원을 춘천시민의 세금으로 때우면서 운 좋으면 롤스로이스 청년택시를 타보는 방법. 해외토픽 감이다. 

마찬가지다. 스마트팜 기술을 농장에 도입하면 면적당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어느 농민이 모르나? 문제는 투자비용이 수억 드는데, 정작 그 온실에서 길러낼 농산물 값은 늘 마지노선 이하에다가 그나마도 들쭉날쭉하다. 이런 조건에서는 엄두를 못 내겠고, 조건이 결국 같다면 청년들이 땅부터 시설까지 다 준비해서 창업할 방법은 없다는 간단한 경제상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왜 롤스로이스냐고 물으신다면, 내가 아는 가장 비싼 차라서 그렇다. 스마트팜도 가장 비싼 농사다. 농업정책은 치우침 없이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농민들의 기본살림이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 ‘춘천스마트팜밸리’는 기본 논거와 설계부터 실패와 예산재앙을 예고하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멈추고 기본 순서부터 다시 살피시기를. 도지사님, 시장님, 의원님들, 마지막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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