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서머힐학교는 이제 곧 100주년을 맞이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들의 민주주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헨리 레드헤드 서머힐학교 교감의 소개말이다. 그의 강연내용이 민들레 120호에 ‘서머힐학교, 100년의 자유 실험 이야기’에 잘 정리되어 있다(pp.76-87).

서머힐학교(Summerhill School)는 영국의 교육학자 A. S. 닐(Alexander Sutherland Neill)이 1921년에 설립한 실험적 대안학교로 런던에서 3시간거리인 레스턴에 위치하고 있다. 국제학교이자 기숙학교인 이곳에는 현재 초·중·고 과정의 5세에서 18세까지 76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가 가지는 교육적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보는데, 첫째는 전인적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 가슴(마음)을 발달시키는 일이고, 둘째는 학교를 둘러싼 세상에 따라 학교도 계속 변화해나가는 것,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학습을 개별화한다는 것이다. 늘 하는 이야기이고, 알면서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다반사인 사람들에겐 이상적인 꿈이기도 하다. 

아는 것을 실행해 볼 기회와 마음과 지식이 함께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경험할 기회가 더욱 목마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세상에서 변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교’인데, 교도소와 가장 닮았다는 유현준 건축가의 말에 크게 공감한 적이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 환경이 주는 영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물리적 변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학교가 환경과 어울려 변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설립자의 교육철학이 변하지 않는 가치로 중심을 잡고 있었기에 서머힐은 오랜 시간 동안 오히려 많이 변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학교의 역할, 즉 학교가 실제로 해야 하는 일은 아이들이 각자의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한 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이며,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만날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라는 믿음이다. 

서머힐학교의 운영은 ‘자유’, ‘평등’,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자유’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방종이 아닌 참된 자유를 의미하며,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수업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듣는 것도 자유에 맡긴다. 

6살 꼬마와 교사 간에도 동등한 1인의 권리가 행사되고, 학생들 스스로 만든 규칙은 400개 정도에 이른다. 이를 지키기 위해 옴부즈맨제도와 학교회의소환제를 작동하고, 중재와 합의된 벌칙으로 누구에게나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

우리에게는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과제가 일상의 도전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가 모호한 상황이 다반사여서 그런지 이 또한 가르침을 위한 또 하나의 ‘틀’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끊이지 않는다. 

서머힐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지키려 했던 것은, 공동체 속에서 분노와 미움을 쌓지 않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가 그리 두려운 일이 아닌 공동체, 자유로움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에 대한 ‘서로의 생각나누기’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상상’이 아닐까 싶다.

*춘천민들레모임 :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 7시에 로하스카페 나비(칠전동) (문의:010-9963-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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