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10여년 전 대산농촌재단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독일 등 유럽농촌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풍광도 멋졌지만 농업·농민·농촌에 대한 국가의 관점과 위상 그리고 시스템을 보며 놀라고 부럽기만 했었다. 

오늘날의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유럽 농촌을 있게 한 원동력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교육’이었다. 학교의 교과과정에 ‘의식주(衣食住) 과목’이 있다는 것에서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전통의상을 지어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재봉틀 수업과 학교의 웬만한 벤치, 놀이터를 직접 제작하는 목공수업, 인근 농가호텔들이 아침이면 빵을 사러온다는 제과제빵 수업…. 우리나라 학생들이 실과 실습의 명목으로 1년에 한두 번 하는 샌드위치 만들기가 아닌 직접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을 수준의 교육과정이었다. 

어느 교육학자는 ‘교육은 생존전략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유럽은 역사·문화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아서였을까? 유럽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

 

해 필요한 ‘의식주’에 대한 것을 학교, 집, 마을에서 접하고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학교는 학원처럼 ‘공부, 공부’하고 있고 집에서도 경험할 여유는 없다. 유럽을 경험하고 오자마자 고민하며 만든 것이 ‘별빛 꼬마목공소’, ‘별빛 꼬마정원’이었다. 1년 내내 아이들은 힘들어하면서도 뚝딱거리고 밭을 만들고 생명을 키워내고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한다. 의외로 아이들은 음식 만들어 먹기, 망치와 톱, 나무로 뚝딱거리기, 뜨개질·바느질 같은 활동을 좋아한다. 학교나 집, 마을에서도 접하기 어려우니 ‘별빛’에서라도 놀이삼아 재미삼아 배우고 익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대부분 도시화되면서 그에 따른 생활패턴도 예전과는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콘크리트 아파트에 백화점 의류에 간편식, 외식, 배달음식으로 대변되는 음식문화까지 아이들의 일상 속 ‘의식주’는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기본’과는 멀어지고 말았다. 교육이 삶의 기본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가정 하에 생각해보면 ‘의식주 교육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가르쳐야 할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곧 정월 대보름이다. 별빛아이들은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오곡밥을 지어먹고 윷놀이를 하고 달집태우기, 쥐불놀이를 하며 즐거운 대보름잔치를 할 것이다. 세시풍속에는 농경사회의 문화와 놀이, 음식을 통해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다. 우리 아이들이 교과서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을에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건강하고 지혜로운 먹거리, 입을거리, 살거리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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