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대중교통체계개편TF팀 박준수 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동·대한운수(주)의 회생절차가 지난달 31일자로 조기종결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민의 발로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던 춘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작업 등의 노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춘천시 교통과는 대중교통체계개편TF를 꾸리고 노선과 배차, 운행방식 등 대중교통체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갔다. 11월 말부터 찾아가는 주민간담회를 통해 읍면지역의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지난 1월에는 동 지역을 대상으로 춘천시청에서 마지막 주민간담회도 열렸다.

박준수 대중교통체계TF팀장
박준수 대중교통체계TF팀장

100여명이 모인 간담회 자리. 시작 전부터 개인 명함을 돌리며 안부를 묻고, 언제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또 생각하는 불편이 있으면 연락하라 웃으며 이야기하던 공무원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행정 서비스에 간담회 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시민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취재기자에게도 생소한 풍경이었다. 춘천시 현안 중 가장 첨예한 현안 중 하나였던 만큼, ‘논란도 소란도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라는 의문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기분 좋은 변화에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우리가 있는 이유는 시민들을 위해서잖아요. 시민들은 각자의 의견이 있기 마련이고, 각자의 의견을 종합해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체계개편TF팀을 이끌고 있는 박준수(44, 시 교통과) 팀장의 말이다.

박 팀장은 2005년 공무원으로 춘천시청에 들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 사업을 시도했는데 세상이 참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고. 광고회사를 1년 정도 운영했는데, 혈기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단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의 전향. 강원대 행정학과를 나와 어쩌면 가장 익숙했던 행정분야로의 전향은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었을 거다.

“주변에 이미 공무원이 된 동문도 많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접근이 쉬웠어요. 특별히 어떤 사명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운이 따라줬던 것 같아요.”

공무원으로 임용돼 처음 맡았던 일은 공무원 노조와 상대하는 노사 조정업무였다. 그 다음에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업무였다. 일반시민들에게는 생소한 업무다. ‘보통, 팀의 막내가 하는 일’이라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잠시 동사무소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농지전용허가 업무와 장애인 업무를 몇 년 했어요. 농지전용허가 업무를 보던 때에 민원인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도 있어요. 불법 고물상을 운영하던 분이었는데,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는데 불복하며 항의했어요. 많이 속상하셨던지 술을 드시고 찾아와 화를 내셨는데, 그 다음날 와서 사과하며 절차를 물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려고 노력했죠. 가능한 한 민원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늘 믿음으로 키워주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워낙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박 팀장. ‘세상일 중에 어렵지 않은 일이 있냐’고 반문하며,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재미있게 일 하느냐에 달려 있단다.

“저는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예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뭘 하면 좋을지를 궁리하는 편이지요. 적극적으로 해야 재미있거든요. 신청사를 건립할 때, 구 춘여고(현 시청 별관)에 민원실이 있었어요. 민원실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데, 와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거기가 엄청 황량했거든요. 시청의 얼굴인데 그 모습이 싫어서 ‘음악이 흐르는 공터 전시회’를 기획해 1년 정도 운영했어요. 이런 것들도 사실 옆에서 같이 걸어가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죠.”

평범한 40대 대한민국의 가장, 이만하면 성공한 것이라는 박 팀장.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가정을 꾸리고 있고, 직장에 잘 다니고 있으니 자신은 성공한 사람이란다.

“장애인 업무를 맡았던 영향이 참 컸어요. 제가 발달장애 업무를 맡았었는데, 가족들이 참 힘들거든요. 그 분들 하시는 말씀이 ‘우리 아이가 나의 도움 없이 어디로든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래요. 삶에 대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계기였어요.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그 자체가 그들에게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하루인데, 나는 매일 너무나 자유롭게 살고 있잖아요. 그 간절함과 소중함을 그 때 알게 됐어요.”

교통과의 업무는 대부분이 민원이다. 교통지도, 단속, 대중교통, 택시, 시설 등 셀 수 없이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부서다. 시민들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수시로 민원을 들고 찾아온다.

임시청사 시절 박준수 팀장이 기획한 음악이 흐르는 공터 전시회 풍경.                   사진=박준수 팀장
임시청사 시절 박준수 팀장이 기획한 음악이 흐르는 공터 전시회 풍경. 사진=박준수 팀장

“민원이 많은 부서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교통과 직원들이 다 긍정적이거든요. 시민 각자의 요구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을 절충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는 자세로 일하고 있어요. 교통과의 일원으로서 동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그 에너지를 받아 제가 TF업무에 집중해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체계개편 초안은 4월쯤 나올 예정이다. 초안이 나오면 공청회와 의견 수렴회를 거쳐 8월 최종안이 마련되고, 9월부터는 개편된 안으로 대중교통이 운영될 예정이다.

“최대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아마 어려울 거예요. 새로운 안에 대해 불편을 느끼는 시민들께는 최대한 그런 결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할 생각입니다. 마지막 한 분까지 설득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잠든 이후 밤늦게 걸려오는 전화야 받기 어려울 테지만, 최대한 시민들 곁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가 시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박 팀장. 그의 소통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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