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장선화(64) 도예가는 예쁜 도자기 그릇을 보며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취미로 도예를 시작했다. 그의 나이 40대 초반이다. 늦게 시작한 열정은 그야말로 밤새는 줄 모르고 작품을 만들게 했다. 길을 걷고 나무나 잎을 봐도 모두 영감으로 연결됐고 그렇게 영감이 떠오르면 당장 빚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뜻이 맞은 친구들과 서면에 폐교를 빌려 작업장을 만들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할 적엔 도자기 만드는 일에 집중하다 시내로 들어오는 차를 놓쳐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던 날들이 부지기수다. 2004년부터 3년간 화천문화원에서 도예강사직을 지내다 춘천에 공방 ‘예인’을 냈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그의 공방에서 도자기를 배웠다. 그러다 잠시 그의 손길을 필요로 했던 집안일에 매여 공방을 접었다. 4년의 휴지기를 끌내고 다시 ‘예인’이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시작한 때는 올해 2월 초. 

소양정길 ‘예인’공방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장선화 도예가.
소양정길 ‘예인’공방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장선화 도예가.

“떠돌던 가마를 자리 잡아 가동시키고 그간 작품들을 들여놓고 쾌적하고 예쁜 공방을 오픈하고 나니 4년 전 60세가 되는 기념으로 개인전을 열고자 마음먹었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간 개인적으로 일어났던 일 때문에 미루게 됐던 그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 대표적 작품이 ‘노래방’ 시리즈가 될 거 같아요.”

노래방이라는 작품들은 신장이 작거나 크고, 몸집이 통통하기도 한 다양한 사람들이 신나게 노래를 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하나하나 그가 개인적 스토리를 부여해 작품마다 감정을 불어넣어 생동감이 넘친다. 대부분 웃음을 머금고 있는 이러한 작품들은 힘이 들고 슬플 때 응시 하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고 한다. 

2017년 철사와 전구 두 가지 소재를 섞어 ‘공존’을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들도 많은 조명을 받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거북이, 돼지, 강아지, 과일, 생활 용품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소박한 풍경들이다. 다가오는 3·1절 100주년 기념 ‘명동집’에서 ‘민족미술협회’가 주최하는 전시에 내놓을 작품 ‘바람’은 푸근한 몸매를 가진 일곱 명의 여성이 한줄로 선 작품들이다. 

열정은 다시 시작됐지만 사실 유약이나 찰흙 등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힘에 부치기도 한다. 공방에서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개인 작업에만 몰두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도 아직 내리지 못했지만 봉의산 자락의 가마열기 뿜는 그의 공방에는 봄이 오면 더욱 활기가 넘칠 게 분명하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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