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길(진보대학생 강원넷 회원, 강원대학교 14학번)
최복길(진보대학생 강원넷 회원, 강원대학교 14학번)

지난 1월 30일 친구들과 함께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사실 그동안 수요집회는 몇 차례 갔어도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장례식장을 찾아가가지는 못했었는데, 고 김복동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야 처음으로 빈소를 찾아 뵙고, 또 할머니께서 주시는 처음이자 마지막 밥 한 끼를 먹고 돌아왔다. 장례식장에는 많은 근조화환들과 또 다녀간 사람들이 나비 메모지에 써놓은 ‘기억하고 함께 하겠다’는 글들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 식민치하에서 성노예 피해자로서 생존해 치열하게 인권운동을 해 오신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오늘까지도 일본의 공식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UN 인권이사회에서 강경화 장관이 “피해자, 생존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한 발언에 길길이 날뛰며 ‘한일 합의’를 이행하라는 억지 주장만 되풀이 한다.

‘한일 합의’라는 것이 뭔가? 지금 감옥에 있는 박근혜가 2015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과 일언반구 의논도 없이 제멋대로 맺은 합의가 아닌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없이 안 된다는 우리의 요구는 대충 사과하고 대충 배상하면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무너져가는 둑의 균열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 그러나 결국 둑은 터질 것이며 우리는 그 둑을 함께 터뜨려야한다. 일본 정부는 진심이 담긴 국가차원의 공식 사과와 할머니들이 참여하여 동의한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

1919년 3월 1일로부터 벌써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우리는 일제의 식민치하에 있지 않지만, 그 애통한 역사는 아직도 100년 전 그 날에 옭아 매여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위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열사의 시선 끝을 따라 옳은 일들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옳기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힘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내용에는 일본을 상대로 낸 위안부 소송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춘천의 국회의원 김진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와 감성호소는 좌파논리”라고 했다. 피 맺힌 역사 위에 함께 서 있으면서도 저들이 뻔뻔하게 망언과 농단을 자행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뭉쳐야 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적폐세력과 일본정부를 단죄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고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끝까지 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200살까지 살아서 반드시 사죄 받고 배상 받고 하겠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처럼, “이렇게 운동을 했는데도 이 해결 하나 못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은 스물세 명의 할머니 곁에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끝까지 함께 버티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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