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투기수요를 바탕으로 한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지방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 지역 특성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춘천시는 인구수 대비 주택과잉공급을 방지하는 쪽으로 주택정책을 전환했다. 그간의 공급위주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을 필두로 인구 42만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춘천의 부동산 시장을 보자. 올 1월 아파트 매매는 전년 대비 절반, 분양권 매매는 1/4수준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매매가는 최고점 대비 수천만 원씩 하락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깡통전세의 우려도 늘고 있다. 강원도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지역특성을 무시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일까? 

춘천시의 경우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동안 레고랜드나 교통망개선 같은 소위 부동산 호재에 따라 매매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유입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크게 달아올랐다. 매년 수천만 원씩 분양가가 오르고 또다시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며, 분양가는 불과 몇 년 사이 1억 원 가까이 올랐고 기존 아파트들의 매매가도 덩달아 수천만 원씩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춘천시의 인구 증가는 크게 둔화됐고 2019년 1월 말 인구는 전년 동기대비 겨우 1백여 명이 늘었을 뿐이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주택수요가 많은 30~40대 인구는 오히려 줄었다. 지역경제상황 역시 크게 나아진 바 없다. 그런데도 2030년 인구 42만을 목표로 주택공급을 계속 늘려왔고 그 결과 향후 3~4년간 입주물량은 1만1천 세대가 넘는다. 실수요자 없이 투기세력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공급을 늘려온 지역 부동산 시장의 왜곡된 모습이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손쉽게 수익을 내려는 건설사,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지표를 포장하려는 과거의 정부, 부동산 불패 신화에 기대 한 몫 잡으려는 투기꾼, 거래 수수료를 챙기려는 중개업자, 광고수익을 내려는 언론사들이 한데 뭉쳐서 만들어 낸 괴물이다. 이 괴물은 이미 지역 부동산 시장을 잠식해 들어온 지 오래다. 현실이 그러한데도, 언론이 ‘지자체 특성에 맞는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 증가를 위해 추가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등 지역 여론을 호도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태이며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춘천시는 이제 지역 특성에 맞는 주택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더 힘찬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일부 이익집단의 철지난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심의 강화,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임대주택 확대, 구도심 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등등의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선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도전하고 방해하는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깨어있는 시민이 지켜주지 않으면 좋은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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