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숙 (홍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전연숙 (홍천 남산초등학교 교사)

시나브로 새 학년 3월이 얼굴을 내밀었다. 헐거워진 흙 사이로 초록이 고개를 내미는 시기. 한껏 들뜰 수 있지만 교사로 살면서 3월은 매번 낯설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즈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올해는 몇 학년을 가르치게 되냐는 것이다. “6학년이요!” 하고 대답하면 ‘어이쿠’하는 탄식과 함께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또 “1학년이요!” 라고 하면 철부지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감당할지, 또 베테랑 교사도 넘기 힘들다는 ‘초1 학부모’가 기다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곤 한다.

교사라면 누구나 새 학년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는데, 해마다 반복되는 이 ‘만남’을 선입견이나 두려움 없이 오롯이 기대와 설렘으로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해마다 고민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다. 이런 부담감은 아무래도 가르치는 일보다 서로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흔히 학교 교육에 관계된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요즘에는 마을까지 ‘교육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돈독한 신뢰 쌓기가 나날이 어려워져 가까워지기는커녕 더  멀어지는 관계가 되고 있는 듯하다.

공동체라 함은 사회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을 말한다. 그럼 공동체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으뜸으로 꼽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통’과 ‘신뢰’이다. 개인이 모여 공동체가 되는 과정에는 서로의 생각을 들어주며 말하는 시간과 기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해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를 힘들게 하는 1순위가 ‘학부모’라고 한다. 학교관리자가 아니라 학부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가정과의 협력이 우선적인데도 많은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학부모들도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학교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교사들은 권위적이고 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교육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모든 학교는 아이들의 삶을 중시하고, 개성과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나와 남이 다름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또 갈등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규율과 억압보다는 소통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교육활동에서만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 맺기에서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다툼은 ‘제대로 알지 못해서, 자세히 묻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서운하고 궁금한 것들을 솔직하게 묻고 듣다 보면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일인데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바람에 오해가 깊어지고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아이들도 용기와 지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하고, 교사에게도 나름의 철학과 원칙으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소통과 기다려주기는 공동체 안의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준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지 않아도 결국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선생님과 부모님이 한 마음으로 같이 갈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결국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더 따뜻하고 정성어린 교육활동으로 학교를, 공동체를 성장시킬 수 있다. 2019년 새 봄에는 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서로 지지해 주는 진정한 교육 공동체가 곳곳에서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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