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평] 진퇴(進退)의 정치(政治)
[이슈논평] 진퇴(進退)의 정치(政治)
  •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
  • 승인 2019.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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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이 내뱉는 말을 들으면서 어디까지 정치적 행위로 이해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법률적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이루어진 탄핵이 잘못되었다거나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듯한 연설을 보면서 정치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치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공자(孔子)의 말처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修己以安百姓) 한다. 정치가 개인의 사적 활동이 아닌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는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의 말은 위임된 권위라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는 주장이지만 배분을 통해 사회적 공정성, 배분의 합리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공공재로서의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와 국민들의 다기(多岐)한 목소리에 대해 가치의 다름을 옳고 그름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잃어버린 정치는 본질을 잃어버린 가짜정치에 불과하다. 이런 정치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2000년 전국의 412개 시민단체가 ‘부패·무능 정치인 심판과 왜곡된 정치구조 개혁, 국민주권 찾기’를 목적으로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하여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 부적격자를 발표하면서 그들이 공천되면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낙선 대상자 86명 가운데 59명이 낙선했다. 정치를 사유화하고 끊임없이 민심을 왜곡하는 비정상적인 정치에 국민들이 나서서 철퇴를 내린 것이다.

제갈공명은 ‘지도자는 나아가고 물러갈 바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역사를 통해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분별하지 못하고 사적 이익에 눈이 멀어 판단의 무리수(無理數)를 두었던 정치인들의 비참한 말로를 종종 보게 된다. 낙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치개혁을 위해 ‘지역주의 타파’의 공공성을 추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탄핵을 막았지만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편가르고 지지자들의 품 안에서 전진을 외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나서서 탄핵시켰던 역사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춘천의 국회의원에 대해 시민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치의 본질을 추구하기 보다는 ‘정치는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가는 것’이라며 사사로운 정치로 ‘진격의 가즈아’를 외쳤던 비상식적인 정치 행태를 몰아내고 정치의 본래 모습을 복원하겠다고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물러서야 하는가 하는 판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공동체에 희망을 주는 일은 중단 없이 전진해야 하지만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행위는 멈춰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나아감과 물러남은 돌이켜 생각함을 의미한다. 진퇴(進退)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진격의 무리수(無理數)를 두는 정치인에 대해 퇴진(退陣)의 묘수를 두는 것은 유권자만이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다. 그것이 국민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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