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운 (강원대 EPLC 사무처장/연구교수)
양진운 (강원대 EPLC 사무처장/연구교수)

1980년대까지만 해도 4인가족의 신화는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은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그 시절을 돌아보자니, 문득 ‘인자한 부모와 토끼 같은 두 자녀’ 사진을 자연스럽게 내걸었던 동네 사진관들이 떠오른다. 가족에 대한 로망을 한껏 심어준 멋진 가족사진들. 그래서일까, 7080세대는 인자한 부모는 못 되어도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냈다.

그런데 2019년 오늘을 사는 우리는 2인가구를 지나 그야말로 1인가구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가히 충격적이다. 당장 강원도의 1인가구수를 살펴보면, 2000년 9만1천542가구에서 2016년 10만1천371가구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인 가구는 2010년 23.9%에서 2016년 27.9%로 늘어나 3%p 증가율을 보인데 반해, 강원도의 증가율은 2010년 27.9%에서 2016년 32.1%로 전국평균보다 4.9%p나 더 높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미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를 발표하며 발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두 지자체의 조례는 법제도적 차원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1인 가구 종합대책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특히 1인 가구를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규정하지 않고 정상적 가족 구성으로 인식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이 조례를 들여다보면, ‘사회적 가족(social family)’이라는 다소 생경한 용어가 등장한다. 즉 혈연·지연이 아닌 사회관계망을 통해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고독함을 탈피해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심사나 취미를 공유하는 새로운 가족형태라 할 수 있다. 각자 음식재료나 음식을 준비해와 함께 밥을 먹는 ‘공유식탁’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혼밥·혼술을 즐기던 청년 나홀로족들이 이제는 사회적 가족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중이다. 

취미를 비롯해서 취업·주거·개인적 고민과 정보 등을 나누는 장으로, 더 나아가 1인가구와의 소통을 넘어 다가구 이웃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공유식탁은 확산되는 추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유주거’를 들 수 있는데, 홀로 사는 노년층에게 사회적 가족을 형성해주는 일종의 대안가족 형태다. 한 지자체의 5060 여성1인가구를 위한 거주실험 프로젝트 ‘50+누구와 살 것인가’의 성공적 결과는 고령사회로 가는 강원도에게 하나의 힌트를 줄 수도 있겠다.

전통적 가족에 머물러 살 것인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시도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족의 형태는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의 저자 엘리자베스 백 게른스하임의 글에서 빌려볼까 한다. 가족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새로운 가족은 안정된 형태를 원하면서 동시에 개인적 욕구의 실현을 원하는 ‘개별화’된 자들의 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가족’의 탄생은 그 변화의 한 흐름이다.

번개 공유식탁. 자전거 모임 ‘두바퀴로 가는 세상’의 회원들이 각자 가져온 음식재료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번개 공유식탁. 자전거 모임 ‘두바퀴로 가는 세상’의 회원들이 각자 가져온 음식재료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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