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는 중도문제에 관심이 있는 지역 예술인들이 주최하는 ‘중도(中島)’전이 열리고 있다. 이 행사의 후원자로 이름을 올린 ‘중도문화연대’(이하 ‘연대’)는 지난해 10월 단체를 창립하는 총회를 연 이후 지난달까지 날씨가 좋을 때나 궂을 때를 가리지 않고 매달 네 번째 토요일 허허벌판으로 변해버린 중도를 시민과 함께 걸었다. 중도사진전도 개최한다. 시민을 대상으로 ‘중도 추억의 사진 모으기’라는 이름의 공개 모집을 실시해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춘천시내 명동과 중도대교 입구 등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춘천에는 이런 ‘연대’의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흐름도 있다. 중도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를 보존할 대책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상당히 모순된 태도와 행태다. 예컨대 지난 해 11월 강원도의회가 진행한 강원문화재단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복수의 도의원은 ‘우리 유산이 천덕꾸러기로 방치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삼으며 ‘재단의 설립목적에 맞게 지켜야 하는 유산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랬던 도의회가 중도 유적 파괴의 핵심이유인 레고랜드가 조속히 건설될 수 있도록 안건을 통과시켜주었다. 도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대부분의 도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강원도가 제출한 레고랜드 사업주체 변경안을 가결시켰다. 지난달 21일, 강원도민일보와 춘천시의회, 강원연구원이 주최하고 강원도와 춘천시가 후원해 열린 ‘레고랜드 조성과 춘천지역발전방안’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에서도 참가자들이 한 결 같이 레고랜드를 ‘잘’ 활용해서 관광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가와 관가에 두루 퍼져있는 이런 분위기는 유물 보존과 복원을 위해 가급적 중도에 손을 대지 말자는 ‘연대’의 입장과는 천양지차다. 이들 두 움직임을 보며 강원도 등 레고랜드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한쪽으로 레고랜드를 짓고 다른 한쪽으로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면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해볼 수 있다. 그러면 두 입장을 다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 논리적으로 그럴 듯한데 실제로는 실현불가능한 일이다. ‘연대’ 참여자들은 ‘레고랜드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해도 역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에 레고랜드 건설은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대’의 이야기를 그저 한가한 예술가들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해야 할까? 실업률, 비정규직 등 경제와 관련한 지표들을 들이대며 연일 삶이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소리인가 하고 면박해야 할까? 아니다. 개발과 보존의 가치 공존을 거부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 밥이 가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보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처럼 밥 외에는 아무 가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버닝썬, 장자연 사건에서 보듯 마약이나 성상납과 같은 몰인간적인 행위가 국가권력의 중심에서 판을 치게 된다. 사정이 이쯤 되면 경제지표가 혹 좋아지는 상황이 올지라도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스스로의 주인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레고랜드 건설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함성이 바로 그래서 타당하고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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