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1609년 겨울,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렌즈를 갈고 윤을 내어 만든 15 배율의 망원경을 하늘로 향하게 설치했다. 가장 크게 번쩍거리는 동그라미, 달이 최초의 목표물이 된 것은 당연했다. 그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해석 속에만 갇혀 있었던 달이 드디어 인류 역사에 첫 나들이를 하게 된 순간이었다.

인간 세상이 만들어 낸 부패로 오염되고 말았다는 달 속에는 언덕들과 심지어 6.5km 높이의 산도 있었다. 달 그 자체는 어떤 본질적인 빛이 없고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은 2차적인 빛, 다시 말해 햇빛에 반사된 달빛이라는 것도 증명되었다. 이는 곧 지구가 움직인다는 뜻인데 그가 얼마나 놀랐고 한편 얼마나 기뻤을까 충분히 상상이 간다. 

그다음 순서로, 은하수가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도 당연했다. 수천 개의 별들이 무리 지어 흩어져 있는 것이 은하수라는 걸 알고 그는 흥분했다. 사냥꾼 오리온 좌에 있는 별들을 하나하나 세다가 500개에서 세는 걸 그만두었다. 그렇게 그는 많은 무수한 별들의 광경을 본 최초의 지구인이 되었고, 동시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죽고 코페르니쿠스가 부활했다. 

매일 밤 깜깜하지만 희망으로 가득한 하늘을 보며 역사 이래로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별들을 ‘하나, 두울, 세엣, 네엣…,’ 세며 흥분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이듬해인 1910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프레세페성단을 보게 되었다. 구름처럼 뿌연 줄만 알았던 프레세페가 수십 개의 반짝이는 별들로 나눠져 있었다.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星雲)으로 오해받았던 프레세페가 성단(星團)으로 신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말 수백 개의 별이 담긴 ‘여물통’이 한반도 밤하늘을 지나갔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쯤 하늘이 펼치는 봄맞이 행사라고 한다. 널린 별떼(open cluster) 중 하나인 프레세페(Praesepe)는 라틴어로 ‘여물통’이라는 뜻이다. 당나귀가 여물통에 머리를 들이민 모습과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벌집 같아서 영어로는 ‘벌집 성단(Beehive cluster)’으로도 불린다. 프레세페성단은 거리 520광년(光年)으로 지구에서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지름은 14광년이다. 깜깜한 밤이면 육안으로 희미하게 볼 수 있지만 천체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면 100개 이상의 별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별세계의 이야기다. 

조용히, 마종기의 시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을 읽는다. 안쓰러움과 외로움과 슬픔과 미련함과 기쁨에…, ‘문을 닫고 불을 끄고 나도 당신의 별을 만진다.’

사람만이 얼굴을 들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요즈음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믿지 않고 
희망에서도 등을 돌리고 산다 
그 여름 얼마 동안 밤새껏 
착하고 신기한 별밭을 보다가 나는 문득 
돌아가신 내 아버지와 죽은 동생의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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