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누굴 위한 조정위인가”… 시와 조합의 일방적 태도에 허탈
조합, “감정평가는 조합과 관계가 없다…법에 따라 이뤄져 문제없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답변을 기다릴 것 없이 재결자산감정평가(보상가격평가의 최후 단계로 도가 감정사에 의뢰해 나온 결과)의 20%를 더 주겠으나, 주민 모두가 수용해야 시행될 것이며, 수용이 안 될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

약사촉진3구역 일대의 재개발을 놓고 재개발조합(이하 조합)과 비조합원 주민(이하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첫 조정회의 결과에 이 자리에 참석한 주민들의 다수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조합과 주민사이에 2013년부터 시작된 첨예한 갈등 해결을 6년 동안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첫 조정위의 이런 조정안은 ‘조정이 아니라 통보’에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주민 모두가 수용해야 시행된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이런 내용은 전혀 인식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지난 14일 약사촉진3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개발 문제에 대한 분쟁조정회의가 열렸다. 사진=춘천시
지난 14일 약사촉진3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개발 문제에 대한 분쟁조정회의가 열렸다. 사진=춘천시

춘천시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가 주최하는 2019년도 제1차 조정회의가 지난 14일 오전 10시 춘천시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열렸다. 조합 측과 주민 측 대표자 각각 5명씩을 위원으로 하고 김만기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는 해당 부서인 도시재생과 관계자들이 배석하고 해당 지역 주민 40여 명이 모두 입장한 가운데 조정 절차를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현금청산으로 보상을 원하는 주민들은 손실 보상금 증액을 요구하지만 요구 금액이 너무 커 받아들일 수 없고, 금융 이자 등의 손실비용이 매월 5억 원씩 발생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피해가 크다”는 조합 측의 입장을 전하며, 조정위에 안건을 상정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주민 측 이용규 대표자는 “2016년, 이 일대의 재개발을 맡았던 삼호건설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개발을 취소하고 떠나게 되자 시와 재협상할 적기라고 판단한 주민들은 당시 시, 조합, 주민들 사이의 3자 회의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알겠다는 말 뿐 결국 3자 회의를 열지 않았고, 이후 2017년 조합이 일방적으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주민 원해용 씨는 “만천리 자연녹지도 평당 220~270만 원 한다. 그런데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약사촉진3구역의 평당 감평가는 300만 원도 안 된다. 재개발은 후려치기 사업이다”라며 격앙된 어조로 소리쳤다.

이에 대해 조합 측 대표인 양영태 조합장은 “삼호건설은 사업성이 없어서 떠난 것이 아니라 조합원 분양신청률이 저조했던 것이 이유였으며 3자회의를 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차가 너무 커 결렬된 것이 사실”이라고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감정평가는 조합과 관계가 없다”며 “법이 정한 바에 따라 보상자산감정평가는 시에 의뢰했고, 재결자산감정평가는 도에 의뢰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법이 정한 절차를 밟고 있고 법무법인을 통해 주민들과 협상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조합 측의 입장에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며, 감정평가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감평가가 애초에 잘못됐기 때문에 그 금액으로는 새 집을 구할 수 없고, 이미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황에서 조정위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이날 회의는 조정위의 조정안 제시 정도로 성과 없이 끝났다.

한 주민은 “이러다가 누구 하나 죽어나는 사단이 날 것”이라고 고함을 질렀고, 엄지희 통장은 “용역 깡패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동네를 배회하며 사람들을 위협해 무서워서 돌아다닐 수도 없다”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회의가 주민과 조합 양 측이 평행선만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 약사촉진3구역 재개발 문제는 한동안 쉽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춘천시는 회의 다음 날인 15일 시행한 공문에서 이날 조정회의 개최 결과 채택된 조정안을 분쟁당사자에게 전달했다. “현재 남아있는 청산자(주민) 개개인의 공탁금액에 대하여 20%(시에서 지원하는 금액을 포함한다)를 증액하되 청산자 전원이 동의함을 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 안에 대해 분쟁당사자가 수락여부를 밝혀야 하는 시한은 4월1일이다.

유용준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