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현재 ‘별빛’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마을아이들은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도시유학생들은 도시로 또는 다른 대안학교로 마을을 떠나간다. 9~10년 정도 되는 마을아이들이나 1~2년 도시유학생들이나 매일 ‘별빛’에서 놀고 배우며 가족처럼 지내다가 어느 순간 얼굴 한번 보기 힘들어진다. 아이들도 중학생이 되면서 ‘별빛’을 그리워하고 선생님들도 옛 사진들을 들춰보며 그때를 회상하며 추억하곤 한다. 문득 ‘이 아이들이 이렇게 떠났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별빛마을로 돌아올 수 있을까?’ 물론 아빠의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이 있는 곳이야 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녀갈 수는 있겠지만 마을로 다시 돌아와 농촌마을의 어른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시유학생인 한 아이가 어느날 뜬금없이 “산골샘은 고향도 아닌데 어떻게 이 마을에 와서 살게 되었어요?” 묻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저도 나중에 산골샘처럼 별빛에 와서 일하면서 살고 싶어서요.” ‘요놈 참 기특한 생각을 하네’ 흐믓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졌다. 그 아이가 도시의 경제와 문화, 관계를 포기하고 농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극히 희박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설사 어른이 되어 굳게 마음의 결정을 했다하더라도 실행에 옮기고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어린 시절 꿈꾸었던 행복한 농촌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올해 춘천시에서 외곽 농촌마을에 ‘별빛’처럼 농촌유학센터를 만들어 마을을 활성화하겠다며 ‘농촌유학활동가 아카데미’를 열자고 제안이 와서 진행 중이다. 여러 선후배님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의논하던 중, 조금 더 나아가 농촌유학만이 아니라 교육, 복지, 문화,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물꼬를 트고 농촌에 거점을 만들어 다양하고 건강한 농촌생태계를 도모하는 마을활동가를 위한 ‘춘천농(農)살림 학교’를 세우기로 하면서 일이 커졌다. 최근 청년들 중에 도시생활에 지치거나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진 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고향인 농촌으로 귀향해 농사를 짓는 청장년의 토박이 귀농인들이 늘어난다는 말도 들린다.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지고 농촌에 정착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고 자칫 쉽게 귀농귀촌을 생각하면 안 된다. 농촌에 농업으로든 다른 분야로든 정착해서 꿈꾸던 농촌생활을 하기란 농촌의 현실에서 볼 때 아직까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생활의 문제부터 마을주민들과의 관계, 문화적 차이 등 극복하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 녹녹치 않다. 또 하나 안타까운 점은 귀향인, 귀농귀촌인에 대한 기존 마을주민의 편향된 인식이다. 도시에 나가 살다가 청장년이 되어 고향에 내려온다 하면 좋은 소리 듣기 어렵다. 로컬인재를 키우자 하면서도 결국은 농촌을 떠나 큰 도시 큰(?) 자리에 가야 성공했다 훌륭하다 생각하니 태어나고 자란 자기 지역, 자기 마을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마치 인생의 실패자가 된 듯한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춘천시와 ‘춘천농(農)살림 학교’에서 진행할 농촌 마을활동가 아카데미를 통해 우선은 각자가 왜 농촌에서 살려고 하는지 스스로 그리고 서로 나누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농촌의 역사와 실체적 현실에 이르기까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듣고 배우고 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아카데미를 통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꿈을 꾸는 네트워크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한다는 지지와 응원을 확인하고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삶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현장을 찾고 구상하자면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 이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0년, 20년이 지나 다양한 모습으로 성인이 된 별빛아이들이 마을을 다시 찾아와 별빛어른들로 든든하게 마을을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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