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인류의 시작은 사회의 시작이고 사회의 시작은 인류의 시작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수 없듯이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이웃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삶의 의미도, 보람도, 행복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들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만나게 되고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경험하면서 사랑 받는 법과 사랑에 응답하는 법을 배우고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4-5세가 되어서는 대문밖에 나가 또래 집단을 대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인간관계 맺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세계를 접함으로써 삶의 희열과 역동성도 경험한다. 그러므로 인생의 황혼기가 되어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홀로 남게 되었을 때의 고독감은 가히 죽음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이 사회를 향하여 나가게 될 때를 생명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사회로부터 고립되어지는 순간을 생명의 종말이라 한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대개의 삶이 이럴진대 장애인의 삶은 어떨까? 장애인으로서의 고충이라면 장애로 인한 불편함 이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사회로부터 차별되고, 구별되고, 분리될 때 오는 고통일 것이다.

그런 고통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완전한 의미에서의 더불어 사는 통합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불가능한 이상이라 해서 외면할 수만도 없기에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조건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동질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차이를 극대화하여 이질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맹목적 배타성이 몸과 마음에 배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동일한 성정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의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둘째, 인간의 가치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 인간은 우열을 따질 대상 또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간은 그 자체로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통합 사회는 서로의 존재를 소중히 여길 때 가능하다.

셋째, 모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빚을 지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인간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 마음을 열어놓을 때 비로소 이 사회는 진정 더불어 행복한 통합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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