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용 (수존동물병원 원장)
유주용 (수존동물병원 원장)

반려동물이야기를 통해 우리지역 동물원의 동물이야기와 주변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반려동물을 우리 가정에 맞이하는 순간과 함께 살아가며 건강하게 관리하는 법, 그리고 백세시대 노령견 관리까지 이야기했다. 이제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말할 순서인 것 같다.

과거 대문 앞에서 집을 지키던 누렁이는 볼 수 없고 이제 개는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이 되었다. 10년 전만해도 평균수명을 10년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15년이 평균 수명이 되어 우리와 함께 산다. 꼭 긴 시간만이 이유가 아니라 가족 같은 관계였기에 함께한 시간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들과의 이별은 이제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슬픔이 되었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주치의로 항상 관심 있게 신경을 써야하는 노령견들이 있다. 생의 끝자락에 다가와 있는 아이들은 간혹 흉수로 간밤에 호흡곤란이 와 응급으로 찾는 경우가 잦아지며 위기를 넘길 때마다 보호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한다. 보호자도 그때마다 죽음을 실감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는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밤 10시경 응급전화가 걸려왔다. 번호 뒷자리만 보아도 기억할 정도로 반복되는 응급상황을 준비하곤 했는데, 이날은 보호자가 낮은 목소리로 “아이가 움직이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호흡은 하나요?” 묻자 “모르겠어요”라는 짧은 대답뿐이다. 이상할 것도 없는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보호자는 대다수 이 순간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병원으로 내원하시라는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병원에 도착한 아이는 이미 동공반응이 없고 호흡과 심박이 멎어있다. 때로는 미약한 심박에 응급처리로 호흡과 심박을  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할 수 있는 일은 폐사진단을 내리는 일이다. 때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주문이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고 보호자를 이해시키는 일만 남았다. 폐사진단을 내리자 보호자가 울면서 병원을 나선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다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보호자, 순간 당혹스러움과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때 병원 문이 열리고 하얀 상복을 입은 보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뒤따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지인들이 들어와 순간 병원은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우리 인식이 변한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법은 반려동물의 폐사체 처리와 관련해서는 과거에 머물고 있다.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뒷산에 묻어주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것은 불법 사체매립이다. 더욱이 도시화된 우리 환경에 적합하게 묻을 만한 장소도 없고 결국 야생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적법한 처리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되어 쓰레기봉투에 분리수거를 하거나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리하는 방법이지만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반려동물장례업체에서 적법하게 화장하는 방법이 있지만 불행히도 춘천 지역에는 반려동물화장장이 한 곳도 없다. 주로 경기도 쪽 업체를 이용하거나 금년에 문을 여는 강릉의 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멀다.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발이라는 걸림돌도 넘어야 한다. 기존의 업체들도 화장작업만 대행할 뿐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장례절차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도록 아직 마련되어 있지 못 하다. 사인에 따른 구별된 절차도 없어 반려인들이 접촉하는 공간에서 전염병 전파의 위험도 있다. 외국에는 반려동물과 이별을 하고 마음의 상처인 펫로스증후군(Petloss Syndrome)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끝까지 정을 다해 보내줄 수 있는 반려동물문화에도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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