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역 노인 7.15% 우울 증세 보여
치매노인 케어, 노인 사회복귀 중심 시 정책 자살예방에도 관심가져야

2016년 기준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 연령대 인구의 자살률은 25.6명(10만명 당)이지만 노인자살률은 70대 54명, 80대 이상 78명이라고 한다. OECD 국가들 가운데 노인자살률 1위라는 이 수치가 주는 불명예는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춘천의 경우는 어떨까? 《춘천사람들》은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이하 연구소)의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춘천 노인들의 자살 실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가 지난 2016년 춘천의 65세 이상 노인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생활실태 조사·연구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주요 요인으로는 정신질환, 사회적 단절, 낮은 수면의 질, 불면증 등이 꼽혔고, 정신질환 가운데 우울은 가장 강력한 위험요소로 나타났다.

연구소 김영범 교수에 따르면 춘천 지역 거주 노인 가운데 7.15%가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2014년 전국노인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우울 증상 노인 비율 33.1%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였지만, 2016년 국민건강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우울 증상 노인 비율 8.7%와는 별반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이러한 우울증의 원인으로 빈곤과 한국의 효(孝) 문화를 꼽았다.

노인들에게 지하상가는 마음 편한 만남의 광장이다. 한 노인이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다.
노인들에게 지하상가는 마음 편한 만남의 광장이다. 한 노인이 조용히 신문을 읽고 있다.

2016년 기준 70세 이상 한국 노인 우울증 발병 비율 4.67%가 일본 2.72%, 미국 2.00% 등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OECD 국가 중 최고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득이 낮거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경우에는 다른 집단에 비해 우울 수준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학력이 높을수록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로 인해 우울 수준이 감소하는 상관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효 문화가 바탕이 된 사회에서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엔 우울감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있거나 자녀가 있는 경우 우울 수준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주변인들과의 관계 역시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본인이 주변인들과 정서적·도구적·경제적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그러할수록 우울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우울 점수가 더 높았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인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흡연·음주 등 스트레스 해소구가 있는 남성에 비해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서 우울 점수가 더 높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우울 수준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은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2015년 10만 명 당 자살률은 제주도가 39.6명으로 가장 낮았던 것에 반해 강원도는 69.5명으로 충청남도(79.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연구소의 유지영 교수는 “그동안 시 정책이 치매 노인에 치우쳐 있거나 노인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데 치우쳐 있었다”면서 노인 자살 예방에도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유 교수는 이어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지역사회가 고립되어 있는 노인들을 돌보는 ‘커뮤니티 케어’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일환으로 강원도 자살예방센터에서도 이·통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노인들의 생활 파악이 급선무라며 연구·조사 자료들이 정책 입안의 기초자료로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조사의 대상자들은 그나마 본인이 동의해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분들”이라며 “이러한 조사에 응할 수조차 없는 더 심각한 분들이 있음을 정책 입안자들이 인지해야 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연구소는 지난 2014년부터 2년마다 춘천 노인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조사는 곧 정리되어 공개될 예정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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