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회가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289회 임시회를 통하여 춘천시정부가 발의한 ‘춘천시 건축 민간전문가 참여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조례안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재수 시장이 지난 2월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필요성을 알린지 약 한 달만의 처리다.

처음 이 시장이 민간전문가를 활용하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취지가 좋은 만큼 큰 이견이 없었으나 구체적인 조례안이 윤곽을 드러내자 의회와 건축 관련 전문가로부터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조례안 제2조6항, “총괄건축가는 당연직 춘천시 공공건축가가 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지원조직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총괄건축가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부서 간 조정업무를 담당하고 공공건축가는 구체적인 공공건축물의 기획·설계 등을 감당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권한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총괄건축가가 당연하게 공공건축가가 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지만 조례 규정을 보면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의 역할에 큰 차이가 없는 점도 문제로 보인다. 조례안 제2조3항2호에는 총괄전문가의 역할로 “시장이 발주하는 공공건축물의 기획 및 설계에 관한 조정·자문”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제3조3항1호에는 공공건축가의 역할로 “시장이 발주하는 공공건축물의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에 대한 조정·자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이 자치단체의 건축에 참여하도록 만든 공공건축가나 총괄건축가 제도는 본래 도시경관과 공적공간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되었다. 도시 개발이 일관성을 가지면서 전체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어가게 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자는 취지다. 서구에는 상당히 시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서울 등의 도시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1년 10월 공공건축가 77명을 선정한 이후 차츰 인원을 확대해 현재는 170여 명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14년 총괄건축가를 임명했다. 건축 관련 도시정책이 부서별로 산재해있는 탓에 부서 간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일관된 정책이 나오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사람의 총괄건축가를 두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서울시 도시계획은 랜드마크가 될 만한 거대 건설을 지양하고 기존 시설의 재생과 이들 간의 상호 연대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뚜렷한 색깔을 냈다.

춘천의 경우도 조례 규정에 다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운영을 하는 사람의 마음만 제대로 갖추면 규정의 문제를 상당히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만한 징후가 있어 걱정된다. 지난달 14일 열린 약사촉진3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분쟁조정위원회가 끝나고 회의에서 제시된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다수의 주민들이 탄성과 한숨을 내쉬었음이 분명한데도 춘천시 도시재생과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을 호도하려 했다.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는 듯 “전국적으로 대규모 분쟁사례가 해결되는 첫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정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이 소수(실제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일지라도 그런 사람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괄건축가 제도의 향방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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