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엄덕기 단원

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일은 누구나 꿈꾸는 일일 것이다. 어릴 적 맺은 음악적 인연을 직업과 연결하고 멋진 인생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엄덕기(46) 씨는 활발한 음악활동으로 가는 곳마다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춘천에 대편성(관악기, 타악기, 현악기)을 갖춘 수준 높은 시민오케스트라가 있다.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다. 지난 2017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김윤식 씨와 전임지휘자 김성민 씨, 그리고 엄덕기 씨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교향악단이다. 

“음악전공자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와 비전공자로만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는 많아요. 비전공자와 전공자가 반반 비율로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는 춘천에 하나뿐입니다”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설립 멤버로 세컨바이올린 연주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엄덕기 씨.        사진 김예진 시민기자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설립 멤버로 세컨바이올린 연주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엄덕기 씨.    사진 김예진 시민기자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기획운영실장인 엄덕기 씨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세컨(2nd)바이올린을 맡고 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가리지 않고 재능과 열정에 따라 함께하는 교향악단이라 가능한 일이다. 

어린 시절, 관악부로 명성이 높았던 춘천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관악부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연주복을 입고 연주하는 아들의 모습이 보고 싶은 어머니의 권유에서 음악에 발을 디딘 셈이었다. 하지만 관악부에서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자 그는 음악인이 되고자 하는 꿈을 접고 춘천교대에 입학했다. 

2005년 두 번째 발령을 받았던 우석초등학교 앞 음악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게 되면서 그의 본격적인 음악인생이 시작되었다. 음악을 좋아하고 단체를 만들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은 2011년 철원챔버앙상블, 2015년 봄내챔버앙상블 창단으로 이어졌다. 현악 4중주를 기반으로 한 봄내챔버앙상블은 지금도 복지시설과 강원도 곳곳의 음악소외지역을 찾아가 연주회로 사랑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홍천 내촌초교로 옮겨간 그는 그간 음악단체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관악부담당 교사가 되었다.

“내촌면은 산밖에 없는 시골입니다. 전교생이 32명인 작은 학교지요. 관악부에 총 24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작은 초등학생 체구로 연주하는 소리가 모여 연주곡이 나올 때는 놀라워요. 우리 아이들은 봉사연주, 지역음악축제 참여, 정기연주, 연합연주 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합니다” 

아이들 이야기에 열정이 가득한 선생님의 모습이 역력했다. 

오는 10월 1일에 있을 '제3회 정기연주회' 준비를 하고 있는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사진=엄덕기
오는 10월 1일에 있을 '제3회 정기연주회' 준비를 하고 있는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진=엄덕기

춘천에서 열리는 천인음악회에 내촌초교 관악부가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모든 분야에서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요. 멋진 결실 앞에서 감동을 받게 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존중하게 됩니다. 심미적인 부분을 함양하려면 수준이 높아져야 해요. 수준 높은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재능을 주고 싶어요” 

교육적 철학이 묻어나는 확신에 찬 그의 말들은 모두 음악으로부터 얻은 열매처럼 느껴진다.

엄 씨는 현재 스카우트 호반지역대 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년에 4-5회 정도 야영활동을 지도하고 가족캠프, 국제교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스카우트 활동을 한다. 

스카우트 활동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 학교에서 야영활동을 갈 때는 트럭운전사인 아버지의 트럭을 빌려 모든 스카우트 장비를 싣고 갔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야영 경험이 없다보니 텐트에서 잘 기회도 많지 않아 모닥불, 텐트, 취사 등의 활동에 쉽게 매료된단다.

스카우트와 음악활동을 하게되다보니 가정에 소홀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한다.

두 딸은 현재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인데 큰아이는 첼로를 얼마 전 시작했고 작은 아이는 피아노를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악기를 권하게 되고 강압적인 교육이 아닌 하루 5분~10분 자유롭게 악기를 만질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부부교사인 그는 아내의 이해가 없었다면 지금의 활동은 어려웠을 거라고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그의 집이었는데 2층 단독주택이었다. 1층 음악실에는 피아노와 악기들 그리고 대형 TV가 있었는데, 여러 활동을 위한 대형TV를 무리하게 구입해 가족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놓는다. 

그의 목표는 봄내챔버앙상블이나 춘천시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좀 더 다양한 활동으로 국제교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맡고 있는 내촌초교 관악부의 국제교류도 꿈꾸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와 경험을 주고 싶어요. 좋아하는 것을 삶의 일부로 만들어 평생 살았으면 좋겠구요”라며 교사로서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시민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비전공자들은 의지와 열정이 있고 오디션을 통과하면 되고, 전공자들은 면접으로 단원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여러 오케스트라와도 교류 연주회를 하길 바라고 있다.

춘천시민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0월 1일 제3회 정기연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 사랑이 책임감으로 연결되어 음악 나눔을 실현하는 그의 인생은 이봄, 벚꽃이 만개하듯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있다.

편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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