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선행학습. 그 선행학습이 어떻게 강화되고 유지되는지 춘천 소재 학교를 중심으로 되짚어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원인 그리고 대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강종윤 (강원대 교육학과 대학원)
강종윤 (강원대 교육학과 대학원)

학원, 과외는 도시에서나 할 수 있었던 시절. 학교는 교과목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도 없었고, 지금과 같은 동영상 강의도 없던 그 시절 학교 선생님은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 공부와 공부법 이외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도 수학만큼은 언제나 선행학습이 만연해 있었다. 모든 수학 교육 과정을 고2 때 마친 뒤 마지막 고3 시기는 복습을 통해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했었다. 적어도 학력고사 대비 세대는.

이해보다 암기를 강요하는 학력고사에서 학습 능력의 수준을 파악하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으로 바뀐 지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수학학습은 그만큼 변화했는가? 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니’다. 여전히 학교에선 고2 겨울방학까지 고등과정 수학 내용을 마치려고 애쓰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 속도를 쫓아가느라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교육은 25년이 지나도 눈곱만큼도 바뀌지 않았다. 문제가 없으니 그동안 유지된 것이 아니냐는 반문에 아래 사례로 답을 하고자 한다.

올 1월 어머니와 함께 한 학생이 상담 차 학원을 찾아왔다. 강원고 2학년으로 진급하는 학생이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었다. 강원고등학교 1학년 수학 진도가 다른 학교에 비해 책 한 권 분량을 더 앞서나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3권 분량의 수학 진도를 강원고는 1년 만에 끝냈다는 것이다. 이 미친 속도에 맞춰 아이는 중간, 기말고사를 보았고 결과도 그리 좋지 못했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된다. 학교는 모든 아이들을 교육이 아닌 진도 목표 안에 가두고 아이들에게 적자생존만 강요하고 있다. 정녕 학교라는 곳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이며, 전쟁터가 되어야 하는가?

교육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적 인간(기술, 지식습독)과 도덕, 윤리적 인간(가치와 규범)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행위가 되어 버렸다. 이런 교육의 현실을 우리 춘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학 교육을 중심으로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도구로 전락해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현상 그리고 원인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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