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둥둥아일랜드 대표)
최진욱 (둥둥아일랜드 대표)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지구상에 인간이 존재하면서부터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원시시대의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다른 종들과 경쟁하면서 살았지만, 지능이 발달하면서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진화를 거듭했다. 함께 모여 살고 사회라는 것을 이루었고, 서로 협심하여 다른 종들을 통제하며 살아왔다. 

자원 활용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을 이용하면서 파괴하고 조작하고 변형시키면서 인간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온 과정에서 자연을 왜곡해 왔다. 삶이 점점 풍요로워지는 만큼 환경오염도 심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환경보존과 자연이용이라는 개념의 충돌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의 자원을 이용해서 인류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만든다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의 사이에서 늘 딜레마에 빠져있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섬에 있는 도도새의 비극에서부터 인위적인 생태계의 조작이 가져온 참담한 비극에 이르기까지 생태계의 인위적인 조작이 가져온 결과를 강조하는 글을 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다시 한번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태계 조작의 결과를 언급하며 1년간의 칼럼을 접으려 한다. 생태계를 변형시키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사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는 토끼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일까? 원래 호주에는 토끼라는 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1859년 영국에서 호주로 이주한 토마스 오스틴이라는 농장주가 영국에서 즐기던 토끼사냥을 위해 20여 마리의 회색토끼를 들여와 방사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

토끼의 천적이 없었던 호주에 방사된 토끼는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번식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를 늘려갔다. 불과 50년이 지난 후인 1910년에는 호주의 대부분 지역으로 회색토끼가 퍼지게 되었다. 토끼들은 풀을 다 갉아먹고 굴을 파 나무뿌리까지 갉아 먹는 바람에 토착종들이 먹이가 부족해 멸종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호주정부에서는 160km에 이르는 안전펜스를 설치해 호주 전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호주정부에서는 토끼의 천적인 여우와 흰담비를 들여오게 된다. 여우와 담비가 토끼의 개체수를 줄여 줄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반대로 여우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호주는 불어난 여우를 이용해 여우 모피를 생산하는 최대 수출국이 된다. 

천적을 이용한 개체수 조절 정책이 실패하자 호주정부는 1950년, 다른 동물들에게는 영향이 없고 단지 토끼에게만 영향을 준다는 다발성 점액종 병균인 RHD를 살포해 토끼의 80%를 없앨 수 있었다. 성공한 듯 보였지만 살아남은 20%는 RHD에 내성을 갖게 되고 개체수는 다시 2억 마리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토끼에게만 영향을 준다는 RHD는 결국 죽은 토끼를 먹은 야생고양이들이 죽어가게 되고 결국 또 다른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왔다. 2013년 RHDV1-K5라는 새로운 균주를 퍼뜨리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아직까지 진행되는 상황일 뿐이다. 

인간의 오만이 가져온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과연 자연환경을 인간이라는 존재가 창조하는 결과물로 인식하는 것이 맞을까? 현재진행형인 호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연을 파헤치고 변형시키는 행위에 대해 그리고 자연의 역습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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