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3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내년부터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한다. 장래인구추계 발표는 5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이전 인구추계발표가 2016년이었으므로 원래대로라면 2021년에나 나와야 할 발표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 출생률이 0.98명으로 떨어지는 등 출생아수가 가파르게 감소하자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에 ‘특별’이라는 급한 마음을 담아 발표했다.

보통 수준을 예상하는 중위 추계 시나리오는 지금까지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된다고 본다. 고위 추계는 중위 추계보다 출산율 등이 더 높을 것으로, 저위 추계는 출생아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사망자는 많아지는 비관적인 상황을 예상한다. 장밋빛 고위 추계는 체감에서 벗어난 지 오래므로 당연히 저위 추계에 눈길이 쏠린다. 내년 총인구가 올해보다 1만 명 줄어든 5천164만4천 명이라고 한다. 이른바 인구절벽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인구추계보다 일주일 앞서 발표된 ‘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년 전인 51.9%보다 3.8%p 감소한 48.1%인 반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같이 사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56.4%로 2년 전(48%)에 비해 8.4%p 증가했다. 

젊은이들 대다수가 결혼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비혼주의자’는 아닐 것이다. 결혼과 양육을 힘들게 하는 우리사회에서 결혼의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이미 새로운 가족 형태를 선택했지만 법적·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젊은이들은 동거가족 등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보편적인 ‘정상 가족’만 인정한다. 동거가족은 아예 통계자료조차 없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동백꽃, 벚꽃, 할미꽃, 유채꽃이 앞 다투며 축제가 열리던 3월 마지막 주말 오후, 대전발 제천행 충북선 무궁화호 열차도 승객들의 웃음꽃, 이야기꽃으로 꽃향기 가득했을 것이다. 스물한 살 대학생 한 명의 눈빛만 근심, 불안, 걱정, 초조로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열차 화장실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두려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달아났다. 신생아는 변기 내부에서 숨진 채 열차를 청소하던 직원에 의해 발견됐고 ‘신생아 유기사건’의 제목을 단 언론보도는 속보로 전파됐다. 기사 끝 부분에는 영아유기죄를 저지르면 현행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친절한 협박문도 함께 실려 있었다. 밤새 죄책감에 시달린 젊은 엄마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새벽 6시 30분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미래 예측 권위자인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1999년에 펴낸 《21세기 사전》에서 2030년에는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를 수용하고 정책으로 받아들인 사회는 건강하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팍스·PACS)’과 스웨덴의 삼보(Sambo) 등의 제도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동반자의 권리를 인정해준다. 동거 가족이 법적인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30년 전 유럽에서 보았던 풍경 하나가 떠오른다. 중학생이던 여학생이 임신을 했지만 퇴학 조치나 자퇴 권고를 받지 않았다. 출산을 위해 휴학했다가 학교로 돌아왔을 때 교사와 친구들은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는 친구를 도와주었고 졸업하는 어린 엄마에게 기립박수로 그의 노력을 인정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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