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5주기다. 그리 오래 전일이 아니지만 그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1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사건처럼 살짝 까마득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같이 민족의 명운이 걸린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던 탓이 컸으리라 보인다. 올해 벽두부터는 민족정기의 표징이라 할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다양한 미디어를 장악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참사가 일어나고 줄곧 광화문을 지키던 천막마저 지난 3월 자진 철거돼 종종 사람들의 기억을 환기시키던 상징적 장치도 사라졌다.

그렇게 잊혀도 좋을까? 아니다. 생때같은 학생 261명을 포함해 304명이라는 대규모의 희생자가 나서가 아니다. 희생자 수로 따지자면 1995년 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삼품백화점 붕괴사고의 규모는 세월호를 능가한다. 1970년 12월에는 부산과 제주를 잇는 여객선 남영호가 침몰하여 319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상자가 몇 백 명에 달하는 사고는 많다. 이들 사건도 모두 기억되어야 마땅하다. 

탑이나 비석을 세우는 등으로 대부분 기억장치를 마련하고 있긴 하지만 되돌아보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건이 일어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인재라 불릴만한 요인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어서다.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부정과 부패가 이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록하고 기억하여 사건의 전말이 후대에 세세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모든 사고가 이처럼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기억되고 전승되어야 하지만 세월호는 부패와 부정에 그치지 않아서 더더욱 자세히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이미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세월호 참사가 커진 결정적 이유는 어른의 무책임함과 젊은 세대에 대한 순종 강요였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면 자신들은 탈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권위를 믿고 따르면 구조될 수 있을 것처럼 학생들을 속였다. 장유유서, 상명하복 등의 가치가 신화처럼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젊은 세대를 옥죄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학생들을 구할 의지가 없다면 ‘나이 든 운항 책임자의 권위’를 발휘해 학생들을 묶어두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세월호가 다른 대형 사망사고의 기록과 기억에 더해 한 가지 더 기록해야 할 일은 바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무책임함이다. 다행히 춘천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춘천시민행동’이라는 단체 이름으로 추모문화제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추모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 다음 세대에 멋있는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겠는지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하겠다. 그래야만 추모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면 지금 강원도 정부가 춘천에서 개최하고자 하는 세계 불꽃대회 축제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로 보인다. 분지 형태의 지형적 특성상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축제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조차 반대하는 행사를 끝내 관철시키겠단다. 시민도, 도의원도 반대하는 데 도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 ‘다 너희를 위한 일이다’를 되뇌는 일이 마치 2014년 4월16일, 세월호 그날의 상황을 재현하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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