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민화하면 전통을 떠올린다. 민화는 조선시대 전통회화 조류를 모방한 그림으로 생활공간 장식을 위한 실용화를 말한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했고 김홍도, 신윤복, 신사임당, 김득신 등은 잘 알려진 민화가였다. 화려한 색감의 꽃그림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그림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넘어 모던한 그림과 색채가 합쳐져 다시금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다.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서 일하던 강수진(사진) 씨는 춘천에서 2년째 살고 있다. 

자신이 그린 호랑이 민화 옆에 선 강수진 민화가
자신이 그린 호랑이 민화 옆에 선 강수진 민화가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민화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에서 민화를 보고 빠져들어 배우기 시작했다. 문화센터에서 받은 수업을 시작으로 유명화가에게 전문적으로 수업을 받았다. 그렇게 이 길을 선택했고 그는 색채로 표현된 민화를 그리는 화가로, 다른 학생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년 전 서울에서 내려와 마당 있는 집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춘천행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인맥이 부족하고 1년 전 문을 연 공방에서 함께할 수강생 모집에는 아직도 적응단계인 것 같다고 말한다.

민화는 이미 있는 밑그림에 채색하는 걸로 시작하므로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정해진 색이 없어 분채로 조색해 원하는 색을 칠하다 보면 자기만의 그림이 나오고 거기서 큰 만족감을 얻게 된다. 그래서 직장인들이나 주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림을 그리기 전 한지에 아교를 녹인 물로 색을 입히고 건조해 한지 화판을 만든다. 그다음, 화판에 밑그림 본을 뜨고 분채를 갈아 원하는 색을 조색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같은 그림이지만 다른 그림이 탄생하게 된다. 호피무늬처럼 어려운 그림에 도전하기까지는 전문적인 스킬을 필요로 해 더 많은 정성과 시간을 요한다. 

그가 특히 잘 그리는 그림도 섬세한 털을 잘 표현한 호랑이 민화다. 수십만 번의 붓 터치로 사실적 질감을 살리는데 한 작품 당 한 달이 넘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호랑이 민화기법을 배우러 공방으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전통 민화에서는 잘 쓰지 않던 파스텔 톤 색이나 핑크, 주황 등의 색도 즐겨 쓰면서 독특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민화협회전, 단체전은 몇 번 참여했지만 아직 개인전 기록은 없다. 향후 2~3년 내 춘천에서든 서울에서든 그가 잘 그리는 그림들로 준비해 개인전을 열 꿈을 품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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