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선행학습. 그 선행학습이 어떻게 강화되고 유지되는지 춘천 소재 학교를 중심으로 되짚어보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와 원인 그리고 대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강종윤 (강원대 교육학과 대학원)
강종윤 (강원대 교육학과 대학원)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과 관련된 입시제도는 시기상 네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지면상 여기서는 학력고사(1982~93년)와 대학수학능력고사(이하 수능, 1994~현재)를 중심으로 수학 교육의 인식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해법수학과 실력정석 2~3번 정독하면 고득점은 따 놓은 당상이다’란 말이 불문율 처럼 받아들여졌다. 얼마 전 ‘응답하라 1988’라는 드라마에서도 재현된 근의 공식을 노래로 외우는 모습처럼 수학도 암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풍토가 자리 잡은 것에는 시험 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학력고사 제도에서는 수학 과목이 다소 낮더라도 타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원하는 대학 입학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기본 이론과 원리를 증명하거나 이해하는 교육보다 빠른 시간에 문제를 푸는 방법을 익혀 최소한의 점수를 확보하는 수학 학습이 학교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1994년 수능은 문제 이해 능력, 추론, 논리력 등 실제 대학 학업 수행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 제도였다. 학력고사와 큰 차이 때문인지 1994년 첫 수능 시험 당시 암기 위주 학습을 하던 상위권 학생들 중 일부는 도리어 점수가 낮게 나오기도 했다.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던 수능 제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제 유형이 분석되면서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의 변별력이 어려워졌다. 그에 발맞춰 높은 수학 점수를 얻기 위한 사교육 열풍도 심해졌으며,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고1 수학에 대해 선행 학습을 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성적과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시제도가 등장하게 되면서 현재 대입 제도인 수시와 정시 모집 제도가 자리 잡게 되었다.

수시 제도는 크게 내신 성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과 우수 전형,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 관련된 활동과 자질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및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세분화 되어 겉보기로는 대학 입학 방법이 다양해진 듯 보이나, 실제 학생 간 변별력은 더 낮아지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양상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음악, 미술, 체육 입시생의 경우 수학 점수가 아예 필요 없으며, 수시 합격 조건 중 하나인 수능 최저 등급에서 수리영역을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 간 수학 점수 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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